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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현장 지키다 그만…”

입력
2017.09.17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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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화재로 베테랑 소방관ㆍ새내기 대원 참변

동료들 “화염 속으로 기꺼이 몸 던지다…” 침통

17일 오전 강릉시 강문동 석난정 화재진압 도중 순직한 이영욱(왼쪽) 소방위와 이호현 소방사. 강원소방본부 제공
17일 오전 강릉시 강문동 석난정 화재진압 도중 순직한 이영욱(왼쪽) 소방위와 이호현 소방사. 강원소방본부 제공

강원 강릉시 강문동 석난정 화재사고 진화에 나섰던 이영욱(59) 소방위와 이호현(27) 소방사는 정자의 기와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끝까지 화마와 싸우다 변을 당했다.

경포119센터 소속인 이들은 16일 오후 9시 45분쯤 석란정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당시 불은 10분여 만에 진화됐으나 이튿날 오전 3시 51분쯤 불이 다시 발화됐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이 소방위와 이 소방사는 정자 건물 바닥에서 연기가 나자 건물 한가운데에서 잔불을 제거하다가 참변을 당했다.

이 소방위는 지난 1988년 2월 임용돼 현재 퇴직을 불과 1년여 앞둔 베테랑 소방대원이었다. 90세가 넘은 노모를 모시며 아내와 30대 아들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료들은 “어느 소방관의 기도 문구처럼 30년 가까이 뜨거운 화염 속에서도 기꺼이 몸을 던진 성실하고 따뜻한 고참”이었다며 침통해했다.

이 소방위와 함께 변을 당한 이 소방사는 올해 1월 9일자로 임용된 새내기 소방관이다. 밝고 적극적인 성격을 지녀 조직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었던 터라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 소방사는 부모와 여동생을 두고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다.

강원소방본부 관계자는 “첫 번째 진화 이후 붕괴사항이 없었기 때문에 2차 진화 과정에서 완전히 불을 끄기 위해 정자 안으로 진입해 진화하다 사고를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불이 난 석란정은 지난 1956년 건축된 무허가 목조 건물로 높이 10m, 넓이 40㎡ 가량으로 철거가 예정돼 있었다. 인근의 대형 호텔공사로 인해 정자에 금이 가면서 인근 주민들이 석란정 보강조치 후 공사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소방대원들의 합동분향소는 강릉의료원에 마련될 예정이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17일 진화작업에 나섰던 소방관 2명이 매몰돼 순직한 강릉 정자 붕괴사고 현장이 처참한 모습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17일 진화작업에 나섰던 소방관 2명이 매몰돼 순직한 강릉 정자 붕괴사고 현장이 처참한 모습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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