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ㆍ임금피크제 등 쟁점에
전례 없는 극심한 스트레스 인정
회사와 임금협상을 벌이다 과중한 스트레스로 쓰러진 노동조합위원장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통상임금ㆍ임금피크제 등 전례 없는 새로운 쟁점으로 스트레스 강도가 높아진 점이 고려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차지원 판사는 주식회사 한화에서 노조위원장으로 활동한 김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김씨는 2015년 4월1일 노조 건물에 있는 화장실에서 뇌출혈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사지마비 진단을 받았다.
당시 김씨는 사측과 임금을 협상하기 위해 노조 소속 다른 지부와 의견을 조율하고 있었다. 2015년 임금협상에서는 종전에 없던 상여금의 통상임금 산입과 임금피크제 도입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지부간 대립이 심했다. 회사는 정부 정책일정에 맞춰야 한다며 이례적으로 2015년 3월로 협상 시한을 못박았다. 이 시한까지 노조는 의견을 모으지 못했고 김씨는 협상 시한 다음날 화장실에서 쓰러졌다.
김씨는 “노조 내부의견을 조율하는 등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뇌출혈이 발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단은 “김씨는 노조 전임자라서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고, 임금 협상은 노조위원장의 통상적인 업무”라며 신청을 받아주지 않았다. 산업재해보상보험 재심사위원회 재심사에서도 “뇌출혈이 발병할 정도의 극심한 스트레스 요인이 있었음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법원 판단은 달랐다. 차 판사는 “김씨가 쓰러졌을 당시 상황을 보면 김씨는 노조 지부별 의견이 조율되지 않는 것에 관해 매우 높은 강도의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뇌출혈은 평소 정상근무가 가능한 정도의 고혈압이 직무 과중을 원인으로 급격히 악화돼 발병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차 판사는 또 “임금협상은 매년 정례적으로 수행되는 업무지만 2015년에는 종전과 달리 사측이 요청한 협상 체결시한이 있었다”며 이전엔 문제되지 않았던 통상임금 산입과 임금피크제 도입이라는 큰 쟁점이 있어 통상적 업무 스트레스를 넘겼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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