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야기는 자신으로부터 시작한다. 많은 창작자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작은 부분 하나를 변형하거나 크게 키워내면서 시작을 하는 것이고,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의 감독 겸 각본을 맡은 문소리는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는 부분인 ‘여배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첫 시작을 알렸다.
문소리는 “나는 이미 알려진 배우니까 조금 더 흥미를 끌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일반 개개인의 삶보다는 더 들여다보기 어려운 것도 있고 거짓말하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재밌는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운을 뗐다.
자신의 속내를 터놓는다는 것은 어느 정도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 쉽지 않은 일이지만 문소리는 영화를 통해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물론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닌 픽션이지만 극중 배우 문소리로 출연하는 문소리 덕분에 관객은 어느 수준까지 현실로 봐야하는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문소리 캐릭터는 여배우로서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리고 구체적으로 ‘더 이상 자신에게 대본 들어오지 않는 것‘에 대해 속상해하고 분노한다. 좋은 감독의 대본이 들어오느냐 마느냐 하나로 그는 울다가 아이처럼 웃기도 한다. 이런 그의 모습은 우리의 생활과 겹쳐 보이기도 한다.
문소리는 “실제가 투영된 건 맞다. 그런데 내용을 보시고 내게 ‘어떤 역까지 실제 들어왔나’ ‘살면서 어떤 것까지 해 봤는지’를 궁금해 하더라. 뒤에서 폭로하고 불평불만하기 싫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이 영화를 만든 건데, 그걸 캐면 나는 오히려 뭐한 건가 싶다. 삶에서 여러 일을 겪을 수 있지만 내가 나아갈 바는 공감을 얻고 같이 나누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2013~2014년 만든 영화인데 그때보다 지금 더 많이 연락이 오는 편이다. 연하남과 로맨스도 많이 들어온다.(웃음) ‘푸른바다의 전설’ 때도 이희준이 10살 어려서 깜짝 놀랐었다. 장률 감독님과 작업하는 작품에서도 호흡 맞추는 박해일이 2살 연하다”라며 웃었다.
100% 사실은 아니지만 진정성 있는 이야기이기에 배우에게 이 영화는 벌거벗고 자신의 치부마저 드러낸 작품으로도 볼 수 있다. 어느 정도 용기가 필요했을 것으로 보였지만 오히려 문소리는 “요즘에 기네스 펠트로나 아만다 사이프리드도 민낯 사진 셀카를 올린다. 내가 이번 영화에서 보여준 것이 치부는 아닌 것 같더라. 나는 그저 민낯 영화를 한 거다. 한 장의 스틸이 아니라 70분짜리로 올린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민낯은 뚜렷한 목적 아래 선보인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치부가 아니라 그 방법이 유일했다는 것. 그는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만들어진 이미지도 있고 판타지도 있을 수 있다. 관객과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야 하는 것도 맞다. 다만 여배우는 아름다워야 하고 신비로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무엇을 위해 필요 하느냐가 중요하다. 결론은 이것도 하나의 영화이고, 잘 전달하기 위해 문소리의 민낯을 쓴 것이다. 개인 문소리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쳐지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18년 동안 일을 하면서 그런 건 연연하지 않게 됐다. 만족한다”라고 대답했다.
문소리의 말처럼 그가 드러낸 솔직함은 극을 살리는 것을 비롯해 오히려 배우 문소리로서의 매력도 충분히 보여준다. 극중 문소리는 끊임없이 “내가 매력적이야?”라고 묻는다. 이것에 대한 대답은 질문을 하는 당사자가 가장 많이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문소리는 “‘박하사탕’ 때부터 내 매력에 대해 질문을 많이 하셨다.(웃음) 내가 내 매력을 이야기 하는 게 조금 이상하지만 매력을 굳이 찾자면, 지금은 그때보다는 행보가 쌓여서 단단한 이미지가 생긴 것 같다. 정반대 이야기이긴 하지만 예상과 다른 매력도 있다.(웃음) 남편이 굉장히 다정한 스타일이라 집에서 내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을 것 같지만 나도 만만치 않게 상냥하다.(웃음)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이미지지만 뒤돌아보면 뒤가 뻥 뚫려 있고 말랑말랑한 면도 있다. 그런 식으로 예상과 다르다”라고 이야기 했다.
이주희 기자 lee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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