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15일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낙마 사태는 문재인 정부 첫 정기국회 판도를 뒤흔들었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 여부도 가을 정국 향배는 물론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드라이브에 큰 영향을 미칠 사안이다.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여야 정당과 청와대 출입기자가 카톡방에 모였다.
달빛 사냥꾼(달빛)= 김이수 후보자 인준안 부결은 여야 모두에게 충격적이었죠.
5년 만에 여당기자(여기자)= 사실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도 ‘간당간당 하다’고 봤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인사청문회가 끝나고 한참 되다 보니 김이수 후보자가 너무 지친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더 늘어지면 자진 사퇴하겠다는 식으로 얘기해 일단 인준을 강행한 측면도 있다고 합니다. 부결 가능성을 51%까지 보면서도 인준을 시도했다고 하니 한마디로 모험이었죠.
고구마와 사이다(사이다)= 김 후보자를 지명한 뒤 넉 달 가까이 끌어온 것을 보면 여당뿐 아니라 청와대도 노력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여의도 구공탄(구공탄)= 다른 공직 후보자 인사와 추가경정예산 처리, 야당의 강력한 반대 때문에 뒷전으로 밀린 측면도 있죠.
달빛=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반대는 예상이 됐지만 국민의당의 반대표는 여권에는 큰 타격이었죠.
야인시대(야인)= 보수 야당은 김 후보자를 두고 처음부터 일관되게 '절대불가' 기류였는데요. 이번에도 '김 후보자는 낙마시켜서 문재인 정부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습니다. 한국당과 바른정당 모두 이런 생각으로 국민의당을 물밑에서 설득한 것으로 압니다.
봄 대선 야근말고(야근말고)= 가장 복잡미묘한 쪽은 국민의당 아니었을까요? 원내지도부는 자율투표라 의원들의 찬반 여부를 사전 조사하지 않았다 했지만, 실제로는 20표 정도 찬성이 나올 것으로 어느 정도 감을 잡고 본회의장에 들어갔어요. 여당 표에 국민의당 20표를 더하면 간당간당해도 통과는 될 것으로 봤는데 부결이 된 거죠.
여기자= 민주당은 국민의당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했을 때 다 넘어왔다고 했는데 아마도 취합하는 최종 카운트에 본인들 희망사항이 강하게 반영된 측면도 있었겠죠. 실제로 국민의당 의원들이 앞에서는 ‘해줄게’ 해놓고 뒤로는 안 찍었다고 보기도 합니다.
달빛= 안철수 대표가 처음부터 대여 강경투쟁을 선포한 결과라는 분석도 있죠.
여기자= 민주당에선 안 대표 측이 안철수계 의원들에게 조직적으로 전화를 돌렸다는 얘기가 돕니다. 안 대표가 표결 직후 "20대 국회는 국민의당이 결정한다"고 말했는데 이걸 보고 ‘아직 정치 하수’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았죠. 국민의당이 입을 다물고 민주당 탓을 하면 될 것을 자기가 나서서 부결시켰다고 인정해버린 꼴이 됐으니 말이죠.
야근말고= 안 대표 측이 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렸다는 이야기는 확인해보니 조금 와전된 것 같지만, 안철수계 의원들끼리는 '이거 우리 좀 세게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을 본회의 직전 공유했던 것으로 전해 들었습니다.
여기자= 호남 출신이라서 무조건 해줘야 한다는 논리도 안일하지만 인준을 3개월 넘게 끌고 부결까지 시킨 이유에 대해선 국민의당도 크게 납득할만한 설명을 내놓지는 못했습니다. 결국 한 마디로 안철수 존재감 과시를 위해 김이수는 잊혀진 남자에서 버려진 남자가 돼버린 거죠.
달빛= 여권 입장에선 1일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주식 투자 문제로 전격 사퇴하면서 김이수 후보자 인준 일정이 꼬여버린 측면도 있죠.
여기자= 사실 청와대는 검증 결과 법적 문제는 없다며 그냥 버티라고 했지만 이 후보자와 남편이 강하게 사퇴 의지를 피력했다 하더라고요. 청와대는 뒤통수를 맞은 셈이죠. 하루만 먼저 사퇴했어도 김 후보자 인준안과 연계 처리할 수 있었는데 협의 없이 사퇴하는 바람에 여당에 더 큰 부담을 안겨줬죠.
달빛= 12, 13일 진행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청문회는 비교적 무난했죠? 도덕적, 사법정책적 흠결도 특별히 드러난 게 없는데 보수야당은 왜 그렇게 반대를 하는 건가요.
야인= 한국당은 일단 ‘코드 인사’ 프레임을 꺼냈어요. 반면 개혁보수를 표방하는 바른정당은 아직 인준안 찬반 태도를 정하지 못했어요. 김이수 후보자 때 단합을 보여줬으니 이번에는 자율투표로 가자는 기류가 있는 걸 보면 김명수 후보자에 대해선 내부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는 방증이죠.
달빛= 김명수 후보자 인준에 대한 호남 여론은 어떤가요. 김이수 후보자 인준안 부결 후 호남여론도 국민의당에 비판적인 의견이 60%를 넘어섰죠.
야근말고= 호남은 김이수 부결 사태 이후 분위기가 다소 바뀐 것으로 평가됩니다. 안철수 대표가 13, 14일 김이수 후보자 고향인 전북을 집중적으로 돌면서 민심을 달래려 노력했지만, 지역 곳곳에 국민의당을 성토하는 현수막이 붙어있는 등 반응이 좋지 않았습니다.
여기자= 사실 김명수 후보자 청문회도 보면 밑도 끝도 없는 사상검증만 하다 보니 야당 의원들 목소리만 높아지고, 정작 후보자는 답변할 게 없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답 안 해도 된다)’ 식 청문회더라고요.
사이다= 청문회와 국회 인준이 협치를 둘러싼 힘겨루기의 무대가 됐네요.
달빛= 15일 물러난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사는 총체적 난국이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여기자= 박 후보자 지명이나 낙마 과정 모두 장고 끝 악수였습니다. 여권이 타이밍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사이다= 그 과정에 대해선 청와대도 별로 할 말이 없을 거라 봅니다. 물론 실패를 자인하는 순간 온갖 책임론이 터져 나온다는 걸 감안한 측면도 있겠죠.
여기자= 넘어져서 까진 정도의 상처를 그냥 뒀다가 곪아 터진 느낌입니다. 빨리 상처를 도려내 봉합하든가 했어야 하는데. ‘부적격’ 판명이 난 후보자가 이 정부의 운명을 좌지우지했던 상황이 참 아이러니 하죠.
달빛= 박성진 후보자는 정책 관련 답변 능력도 문제였지만 ‘지구 나이 6,000년’이라는 답변 하나로 상황이 끝나 버렸다는 게 여당 의원들 설명입니다.
구공탄= 박 후보자 종교관 논란이 불거지면서 일각에서는 창조론을 주장하는 기독교계와 친분이 있는 여권 중진 추천을 받은 게 아닌가 하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이다= 여하튼 청와대는 박 후보자 사퇴와 별개로 김명수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정기국회 이후 국정운영은 물론 사법개혁 등과 직결되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고심하고 있죠.
달빛= 9월 이후 국회 상황도 순탄치 않아 보이는데요.
사이다= 청와대와 여당이 야당과의 협치, 특히 국민의당과의 관계를 어느 정도 회복시키느냐가 관건 같습니다. 단순히 형제정당이란 이미지, 호남 민심에만 기대서는 국민의당의 동의를 이끌어 내기 어렵다는 현실을 실감하고 있죠.
여기자= 매는 먼저 맞는 게 낫다고, 차라리 정기국회 초반 김이수 쇼크는 여권에게 약이 될 거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가려졌던 협치 숙제를 이제 받아 안았으니 집권 초기 산뜻했던 분위기로 리셋해서 가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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