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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풍’ 막아낸 KB금융 이사진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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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풍’ 막아낸 KB금융 이사진의 힘

입력
2017.09.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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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회장 연임

장하성•김상조 추천 이사 등

사외이사 7인 확대위 “능력 인정”

대선 캠프 출신 인사 내정설

노조 반대 등 온갖 잡음 물리쳐

윤종규 회장 “행장직 분리 논의”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선정된 윤종규 KB금융지주 현 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국민은행 여의도본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선정된 윤종규 KB금융지주 현 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국민은행 여의도본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KB금융이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확대지배구조위원회를 꾸린 지 보름 만에 윤종규 회장의 연임을 사실상 확정했다. KB금융 회장 자리는 윤 회장 이전까진 새 정권의 전리품처럼 여겨졌다. 이 때문에 이번 결과는 문재인 정부의 금융계 인사 방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사였다. KB금융이 결국 외풍을 막아 내는 데에 성공한 것은 외풍보다 더 센 ‘KB금융 이사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윤 회장은 15일 서울 여의도 본점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최고경영자 선임은 주주들과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결정이자 권한”이라며 “경의를 표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회장과 행장 분리 문제는 이미 이사회와 여러 얘기를 하고 있고 결정되면 바로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KB금융 사외이사 7인으로 구성된 확대위는 윤 회장과 김옥찬 KB금융지주 사장,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 등 3명을 최종 후보자로 확정했다. 그러나 김 사장과 양 사장이 이후 심층 면접 과정을 고사하며 윤 회장이 단독 후보가 됐다.

윤 회장의 연임은 온갖 추측과 잡음에도 외풍을 막아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게 금융계 안팎의 평가다. 지난 1일 확대위가 가동되자마자 KB금융 노동조합은 윤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고 나섰다. 부산상고 출신으로 대선 캠프 출신 인사가 정치권 지지를 받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지난 8일 부산상고 출신으로 2012년 문재인 대통령 선거캠프에서 경제고문으로 활동한 김지완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BNK금융 회장으로 내정되며 이러한 시각은 더욱 확산됐다.

이러한 억측을 한번에 잠재운 곳은 KB금융 이사회였다. 최영휘 확대위원장(이사회 의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3년 전 윤 회장이 제출한 자기소개서 등 서류를 점검한 결과 포부로 밝혔던 것을 거의 그대로 실행한 점이 확인됐다”며 윤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확대위는 KB금융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됐다. 위원장인 최영휘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스튜어트 솔로몬 전 한국 메트라이프 회장, 유석렬 전 삼성카드 사장, 이병남 전 LG경영개발원 인화원 사장, 박재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유니스경희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 한종수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다. 눈에 띄는 이는 이 이사와 김 이사다. KB금융은 2014년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의 내분 사태 이후 외부전문기관과 주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사외이사를 추천 받고 있다. 이에 따라 2015년 장하성(현 청와대 정책실장) 당시 고려대 교수가 개인 주주 자격으로 김 이사를, 같은 해 경제개혁연대(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당시 대표)가 기관투자자인 네덜란드연기금자산운용(APG)의 위임을 받아 이 이사를 각각 추천했다. 지난 3월 합류한 솔로몬 이사도 외국인이란 점에서 상대적으로 외풍에서 자유로웠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민간 기업은 경영능력과 성과만으로 경영자를 선출하는 게 맞다”며 “이번 KB금융의 결정은 정치적 이슈로 변질될 수 있는 사안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한 금융계 인사는 “장하성 인맥이 사외이사로 있었기 때문에 대선 캠프 쪽에서 미는 외부 인물이 힘을 쓰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KB금융 노조는 윤 회장이 단독 후보로 확정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윤 회장은 “노조는 항상 대화 파트너”라며 “창구는 늘 열려있고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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