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이 간절한 순위 싸움 막판 프로야구 각 팀들은 한 경기 동안 수 차례 승부처를 마주한다. 그 때마다 뒤를 보지 않고 가진 카드를 모두 쓴다. 일찌감치 필승 카드를 소진한 경우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도박에 가까운 선수 기용도 하는데,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말처럼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가 깜짝 활약을 펼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SK는 사이드암 백인식(30)을 지난 14일 잠실 두산전 9회말 위기 순간에 마운드에 올렸다. 팀 타선이 4-4로 맞선 9회초에 4점을 뽑아 승기를 잡는 듯 했지만 구원 투수 박정배가 9회말 1사 2루에서 오재일에게 2점 홈런을 맞았다. 이어 후속 타자 신성현을 볼넷으로 내보내자 SK 벤치는 이날 1군에 올라온 백인식을 호출했다.
팀의 6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백인식은 더 이상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고 아웃카운트 2개를 실점 없이 잡았다. 이로써 2008년 프로 유니폼을 입고 데뷔 첫 세이브를 올렸다. 2015년 10월 팔꿈치 인대 재건 수술을 받은 이후 기나긴 재활 끝에 거둔 세이브라 더욱 값졌다. 불안한 불펜 탓에 골머리를 앓았던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백인식이 2군에서 정말 잘 준비해 위기 상황의 팀을 구했다”며 “백인식에게는 큰 자신감이 생길 수 있을 것 같다”고 칭찬했다.
불안한 선두를 달리던 KIA도 구멍 난 5선발 자리에 우완 신인 이민우(25)가 구세주로 떠올랐다. 2015년 1차 지명 출신 이민우는 같은 날 최근 물 오른 롯데 강타선을 상대로 선발 등판해 6이닝을 2실점으로 막고 데뷔 첫 등판에서 승리 투수가 됐다. 김기태 KIA 감독은 “경기 운영 능력과 위기에서 흔들리지 않고 침착하게 던진 것을 크게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미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지만 한화도 왼손 계투 요원 김경태(26)의 발굴로 숨통이 트였다. 김경태는 이날 대전 넥센전에서 2-2로 맞선 6회초 2사 1루에서 구원 등판해 첫 타자 이정후를 유격수 땅볼로 잡고 이닝을 마쳤고, 6회말 오선진의 솔로포로 1점 리드를 안았다. 7회초에도 계속 던진 김경태는 서건창에게 안타를 1개 맞았을 뿐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팀의 10-2 완승으로 경기가 끝나면서 김경태는 2010년 한화에 지명된 이후 데뷔 승을 거뒀다. 첫 승을 거두기까지 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까다로운 투구 폼에, 커브 각도 또한 좋아 불펜에서 활용 가치가 높은 선수로 평가 받고 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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