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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밍크고래 당장 보호종 지정하라

입력
2017.09.15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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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뜨는 해는 새로운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새로 맞이한 하루는 화창한 아침 햇살처럼 변화와 가능성을 품고 있다. 어제가 어쨌든 간에 오늘은 다를 수 있다는 아름다운 기회가 24시간마다 주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변화가 아무리 작더라도 말이다. 혹자는 순진하다고 비아냥거릴지 모르지만, 이런 최소한의 발전에 대한 믿음과 희망 없이 진정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좋은 변화는, 삶에 필수불가결하다.

허나 이 문제 많고 골치 아픈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어떻게 변화를 일군단 말인가? 해답은 단순하다.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 이미 최소한의 제도적, 사회적 장치가 마련된 것, 국제사회를 포함하여 시대적 요구가 분명한 것. 그런데도 아직 해결이 되지 않은 것. 이런 것이 있다면 이런 것부터 해결하는 것이 최소한의 좋은 변화를 이루는 좋은 방법이다. 그렇다면 가령 어떤 사안이 여기에 해당될까? 필자의 눈에 확연하게 띄는 게 하나 있다. 바로 불법 고래잡이와 고래 고기 유통이 그것이다.

왜냐고 묻는다면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인간은 자신의 생명을 워낙 소중히 여기는 나머지, 자신이 가진 가장 대표적인 특질을 기준으로 자연 전체를 평가하는 버릇이 있는 존재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처럼 높은 지능, 정교한 사회성, 탁월한 협동성, 긴 수명의 덩치 큰 포유동물일수록 가치 있는 생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해당되는 동물은? 지구 전체의 약 900만 종 가운데 이런 기준에 부합하는 동물은 손에 꼽힌다. 대형 유인원을 위시한 영장류, 코끼리, 늑대 정도. 그리고 고래이다. 이중 상업적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포획되는 종은? 유일하게 고래이다. 나머지도 밀렵이나 사냥을 당하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잡히고 아주 버젓이 팔려 식탁에 오르는 종은 고래에 불과하다.

국제사회의 모진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래가 전혀 우리 식단의 일부가 아닌데도 말이다. 고래를 잡는 것이 이미 불법으로 법제화돼 있는데도 말이다. 최초로 불법 포획된 동물원 돌고래 제돌이를 민관이 힘을 합쳐 일부러 바다로 돌려보냈는데도 말이다. 고래의 보전에 대한 국민적 인석과 정서가 급격히 성장했는데도 말이다. 고래가 지능과 감정이 매우 발달한 동물이라는 연구가 쏟아지는데도 말이다. 이런 모든 사회문화적 조건들이 갖춰져 있는데도, 그런데도 현 상황은? 예상 그대로이다. 고래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어느 정도인가? 지난 4월 고래 불법포획 일당이 구속되고 약 40마리의 밍크고래에 해당되는 27t 분량의 고래고기를 압수했다. 그런데 웬 걸? 전량을 소각하기로 해놓고서 정작 태운 건 6t, 나머지 약 20t은 ‘불법임을 입증하지 못해’ 구속까지 시킨 피고인에게 돌려줬다고 한다. 피고인에게 돌려주다니? 관리체계의 극단적 무능에 억장이 무너질 노릇이다. 안 그래도 고래가 ‘어쩌다 잡히는’ 이른바 혼획에 한해서는 유통을 허락하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제도로 인해, 전국 50여 고래식당이 ‘우연히 잡히는’ 유통망으로 안정적 공급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혼획? 한국의 혼획 빈도가 세계 평균치의 10배에 이르는 것을 정말로 우연이라고 믿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혼획이 실은 다 혼획이 아니라는 연구결과마저 발표되어 있는 상황이다. 정부당국은 이 뻔뻔하게 자행되고 있는 불법 고래 포획과 유통을 더 이상 모른 체 해서는 안 된다. 지금 당장 조치가 필요하다.

방법은 하나. 고래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다. 다행히도 해양수산부가 밍크고래를 보호종으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하루속히 밍크고래를 보호종으로 지정해야 한다. 이것만이 변화와 발전의 길이다.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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