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73) 전 유엔 사무총장이 15일(한국시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윤리위원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IOC 위원들은 페루 수도 리마에서 열린 제131회 IOC 총회 이틀째 일정에서 반 전 총장의 IOC 윤리위원장 지명 안을 최종 승인했다. 반 위원장의 임기는 4년이며, 재선할 수 있다. 반 신임 위원장은 “어떤 조직의 성공을 위해 윤리는 꼭 필요하다”며 “유엔에서 윤리 문화를 강화하고자 가능한 모든 일을 다 했고 투명성과 책임을 증진했다”고 밝혔다. 이어 “IOC 윤리위원장으로 일하기에 부족하지만 스포츠의 헤아릴 수 없는 잠재력을 활용해 인권이 존중 받고 보호 받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도록 힘을 합쳐 나가자”고 덧붙였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반 전 총장의 윤리위원장 선출을 축하한다”며 “반 위원장은 유엔 사무총장 시절 엄격한 윤리 기준, 진실성, 책임감, 투명성으로 헌신했다”고 평가했다. IOC는 2007∼2016년 8대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반 위원장이 유엔 총장 재직 시절 가장 먼저 한 일이 윤리규정을 도입해 모든 직원에게 적용한 것이었다고 소개했다. 우리 외교부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풍부한 국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반 신임 위원장이 IOC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는 임무도 성공적으로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IOC는 지난 6월 집행위원회를 열어 반 전 총장에게 윤리위원장을 제안했고, 반 전 총장은 이를 수락했다. 1999년 설립된 IOC 윤리위원회는 IOC 산하 독립 기구로 국제 저명인사 5명과 IOC 현직 위원 4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윤리 특별 감사관을 통해 IOC 위원, 올림픽과 관계된 기관ㆍ개인이 IOC 윤리규정을 준수토록 하고 위반하면 관련 제재 사항을 IOC 집행위원회에 제안하는 일을 담당한다. 반 위원장은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유치 선정 과정에서 의혹이 드러난 IOC 위원들의 매수 사건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 외교관 출신 반 위원장의 IOC 입성으로 최근 위축된 한국 스포츠 외교력이 한층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건강상 이유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IOC 위원을 자진 사퇴하면서 현재 우리나라 IOC 위원은 탁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유승민 선수위원만 남았다. 한국인 IOC 위원이 언제 또 탄생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IOC 고위직에 선출된 반 위원장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반 위원장은 TVㆍ라디오 분과위원장을 지낸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 이후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로 IOC 기구 수장이 됐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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