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ㆍ종교관ㆍ이념 논란 넘지 못해… "전문성 부족 지적 납득 어렵다"
역사관과 종교관, 이념 논란을 빚은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자진해서 사퇴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중기부 초대 장관후보자로 지명한지 22일 만, 지난 11일 국회 인사청문회 이후 나흘 만이다. 박 후보자의 자진사퇴는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포함해 문재인 정부 들어 임명된 장관급 이상 공직자 중 5번째 낙마 사례다.
박 후보자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청문회를 통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서 이념과 신앙 검증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음에도 전문성 부족을 명분으로 부적절 채택을 한 국회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제가 국회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한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여 자신 사퇴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진정으로 통합하고 상생해 사람 중심의 더불어 잘 사는 나라로 발전하길 소망한다"며 "저를 지명해주신 대통령님과 저와 함께 해주시고 청문회까지 최선을 다해 준비해주신 모든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포항공대 교수인 박 후보자는 지명 이후 창조과학회 활동, 뉴라이트 역사관 등이 문제가 된 데 더해 부동산 다운계약서 탈세, 주식 무상 증여 등 각종 논란에 시달리며 사퇴 압력을 받아 왔다.
지명 이후 이례적으로 두 차례나 기자회견을 열고 청문회에서도 해명했으나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바꾸지 못했다.
박 후보자는 진화론을 부정하고 성경 내용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겠다는 한국창조과학회 이사로 활동해 종교 편향성 논란을 빚었다. 이어 뉴라이트 계열 학자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와 극우 논객 변희재 씨 등을 학교 세미나 강사로 초청하고, 보고서와 언론사 칼럼 등에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역사관과 이념 논란도 불러일으켰다.
그는 한 연구보고서에서 1919년 상해 임시정부 수립을 건국 시기로 규정한 문 대통령의 역사 인식과 달리 1948년 정부수립을 건국으로 적어 뉴라이트를 두둔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샀다.
박 후보자의 사퇴로 문재인 정부가 중소기업을 살리고자 외청에서 부처로 승격시킨 중기부의 본격 가동은 후임 장관이 정해질 때까지 미뤄지게 됐다. 중기부는 중소기업청에서 승격해 지난 7월 26일 출범했으나 이날까지 52일째 장관 자리가 비어있다.
중기부 직원들은 박 후보자 자진사퇴에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한 직원은 "언제 장관이 다시 임명돼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할지 모르겠다"면서 망연자실했다.
박 후보자의 자진사퇴 이후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은 "다음에는 전문지식과 리더십을 갖추고 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장관이 와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