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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23곳 중 8곳 상장폐지
유가증권시장 중국원양자원
허위공시 등 이유 27일 상장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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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증권사도 책임 논란
“상장에만 급급해 엉터리 실사”
중국 기업들이 국내 증시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지난 10년간 23개 상장기업 중 무려 9곳이 상장 폐지됐거나 될 예정이다. 명목을 유지한 기업들도 주가는 추풍낙엽이다. 불투명한 회계처리와 공시로 투자자들에게 외면 받은 결과지만 한국거래소와 우리나라 증권사가 성과를 올리려 날림으로 심사를 한 책임도 피하기 힘들다. 철저한 옥석 가리기를 통해 우량 중국 기업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평가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7년 8월 3노드디지탈그룹을 시작으로 국내 증시에 진출한 중국 기업들은 총 23곳이다. 그러나 이 중 8곳은 이미 상장 폐지됐다. 유가증권시장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중국원양자원도 허위공시와 회계문제 등으로 오는 27일 상장 폐지된다. 퇴출 위기에 몰렸던 완리는 가까스로 상장폐지는 피했지만, 올해 반기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뒤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수익률도 저조하다. 현재 거래되고 있는 13곳의 주가는 모두 연초 대비 하락했다. 평균 하락률도 26.4%에 달한다. 골든센츄리는 44.9%나 떨어져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고, 이스트아시아홀딩스(14일 종가 617원)와 차이나하오란(735원)는 동전주 신세다. 신규 상장도 줄었다. 작년에는 6개 기업이 들어온 반면 올해는 컬러레이 한 곳뿐이다.
이처럼 중국 기업들이 한국에서 외면 받는 이유는 재무 관리와 투명성에 대한 신뢰 추락 때문이다. 2011년 ‘고섬 사태’의 영향이 컸다. 섬유업체 중국고섬이 유가증권시장 상장 두 달 만에 1,0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2013년 상장폐지되며 국내 투자자들은 2,000억원 안팎의 손실을 봤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기업은 회계 관리가 허술한 데다 거래소 규정을 어겨도 이를 ‘관시’(關係)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그러나 증권 관리 시스템이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한 한국에선 이런 게 통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중국 기업들이 우리 증시에 들어오게 된 것은 2000년대 중반 정부와 거래소가 자본시장 국제화란 명분 아래 해외기업 상장 유치에 적극 나선 게 계기가 됐다. 하지만 초기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다. 상장 성과에 치중한 나머지 건실하지 못한 기업들에게까지 진입 장벽을 너무 낮춘 탓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기업 상장을 담당한 증권사들이 기업 실사와 분석을 통해 건실한 기업인지 제대로 평가했어야 하는데 초기엔 경험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거래소도 중국 기업들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실적을 위해 상장 심사를 깐깐하게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 전문가도 부족했다.
그러나 지나친 중국 디스카운트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중국원양자원과 완리 등 특정 기업 때문에 다른 우량 중국 기업들까지 저평가되는 측면도 있다”고 우려했다. 황 실장도 “옥석을 가려 괜찮은 중국 기업들은 적극 유치, 새로운 투자 기회를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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