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해서, (한국 시리즈) 전 게임을 다 나가더라도 이길 수 있는 게임은 이기고 싶습니다”
안경 쓴 27살 까까머리 투수는 1984년 한국 시리즈 1차전에서 승리 투수가 된 뒤 이렇게 말했다. 이날 그가 던진 공은 138구. 4-0 완투승으로 호투를 넘은 사투(死鬪)였다. 사람들은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 전 게임에 다 나가겠어?’ 하지만 설마는 현실이 됐다.
최동원은 이 해 열린 한국 시리즈 7경기 가운데 5경기에 출전했다. ‘혹사’ 논란이 불거졌지만, 그는 “괜찮다”며 웃었다. 마운드에 올라 한 구, 한 구 혼신을 다해 던졌다. 소속팀은 최종 스코어 4-3으로 한국 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4승 모두 그의 어깨가 거둔 것이었다. 롯데 자이언츠의 영원한 슈퍼스타 고 최동원(1958-2011) 이야기다.
최동원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6년이 됐다. 최동원은 2011년 9월 14일 암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향년 53세. 하늘에서 공을 던지기엔 너무 이른 나이였다. 이제 최동원은 세상에 없지만, 최동원이 남긴 기록은 전설이 돼 사람들 입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최동원 사망 6주기를 맞아, 선수 시절 그가 남긴 ‘불멸의 기록’ 3개를 정리해 봤다.
1. 한국 시리즈에서 혼자 4승을 거둔 유일한 투수
1984년은 여러 모로 최동원에게 잊을 수 없는 한 해였다.
일단 리그 MVP(27승)와 탈삼진왕을 차지했고, 소속팀 롯데 자이언츠가 한국 시리즈에서 우승했다. 특히 한국 시리즈 우승은 온전히 최동원을 위한, 최동원에 의한 것이었다. 최동원은 한국 시리즈 총 7경기 가운데 5경기에 출장해 40이닝 4승 1패, 방어율 1.80이란 어마어마한 활약으로 팀을 정상에 올려놨다. 특히 한 해 혼자 한국 시리즈 4승을 거둔 건 투수 분업화가 자리잡은 현재에는 갱신 불가능한 기록으로 평가 받는다.
2. 역대 한 시즌 최다 탈삼진(223개)
역시 1984년에 배출한 기록이다. 284.2이닝, 1132명의 타자를 상대로 총 223개의 삼진을 뺏어냈다. 특히 284.2이닝은 1983년 장명부(삼미 슈퍼스타즈)가 기록한 427.1이닝에 이은 역대 2위 기록으로, 최동원이 왜 ‘무쇠팔’로 불렸는지 말해주는 수치이다. 실제로 최동원은 롯데에 입단한 1983년부터 87년까지 매 시즌 200이닝을 넘기며 전형적인 ‘이닝 이터’ 면모를 뽐냈다.
3. 역대 한 경기 최다 투구수 2위(209개)
투수 분업화가 철저한 요즘엔 선발 투수가 공 100개만 던져도 제 몫을 다 했다고 평가 받지만, 1980년대엔 아니었다. 선발 투수가 웬만하면 경기 끝까지 책임지는 게 미덕처럼 여겨졌다.
1987년 5월 16일, 부산 사직구장. 롯데와 해태의 시즌 3차전 경기에서 각 팀 선발로 등판한 최동원과 선동렬은 연장 15회 완투 끝에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경기 시간은 무려 4시간 56분. 이날 선동열은 공 232개를, 최동원은 209개를 마운드에서 뿌렸다. 그렇다. 역대 한 경기 최다 투구수 1, 2위 기록은 모두 한 경기에서 나왔다. 국내 야구사에 길이 남을 ‘레전드 매치’였던 셈이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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