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루냐 주민투표 보름 앞 긴장
중앙정부 “투표는 불법” 규정 불구
지자체장들 동참 의사 밝히자
검찰 출석요구서에 “불응 땐 체포” 으름장
경찰엔 관련 자료ㆍ물품 압수 명령도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분리독립 주민투표(10월 1일)를 앞두고 스페인 검찰이 13일(현지시간) 이 지역 지방자치단체장 700여명에 대해 무더기로 소환을 통보했다. 중앙정부가 이미 주민투표 실시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했음에도 불구, 해당 지자체장들이 투표에 동참할 의사를 밝히고 있어서다. 특히 스페인 검찰은 이들의 소환장을 발부하며 “불응 땐 체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해 주민투표를 둘러싼 긴장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스페인 검찰은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분리독립 주민투표 추진에 동의한 카탈루냐 지방 시장 700여명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법정에 출석하라고 명령했다. 이들에게 발송된 출석 요구서에 적시된 혐의는 불복종과 직권남용, 공금유용 등이며, ‘법정에 출두하지 않을 경우 (경찰에) 체포를 지시할 것’이라는 문구도 기재돼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앞서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주민투표 실시를 위해 산하 지자체장 948명에게 “투표 장소와 시설 등을 제공해 달라”고 요청을 했으며, 이들 가운데 최소 712명이 협조 의사를 밝힌 상태다.
중앙정부가 주민투표 무산을 위해 ‘체포 카드’까지 내세우자 카탈루냐 지자체장들도 발끈하고 나섰다. 주민 3,800여명이 거주하는 레스플루가 드 프랑콜리 시의 다비드 로비라 시장은 AFP통신과의 통화에서 “체포하려면 하라! 그들은 미쳤다”며 “카탈루냐의 자치권 확대 요구에 마드리드(중앙정부)는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았다”고 분노를 표했다. 더구나 주민투표 유세가 공식 개시되는 14일을 하루 남겨둔 가운데, 검찰이 사실상 협박이나 다름없는 소환 명령을 내린 셈이어서 카탈루냐 지방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안과 관련, 스페인 중앙정부와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대립은 시간이 흐를수록 심화하고 있다. 검찰은 이미 주민투표를 주도하는 카를레스 푸지데몬 자치정부 수반(주지사)과 지방의원들에 대한 기소 방침을 세웠으며, 전날에는 국립경찰과 지역 자치경찰에 “주민투표에 쓰일 모든 자료와 물품을 압수하라”고도 지시했다. 헌법재판소도 카탈루냐 주민투표실시법과 임시헌법의 효력을 최근 잇따라 정지시켰다.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이날 “주민투표는 완전한 불법행위”라며 거듭 ‘절대 불가’ 방침을 밝혔고, 펠리페 6세 국왕마저 “스페인 헌법은 민주주의가 보장하는 공존을 깨는 어떤 시도에도 승리할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주민투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푸지데몬 주지사는 “만반의 준비가 됐다”며 투표 강행 의사를 내비쳐 스페인 정국은 당분간 ‘시계 제로(0)’ 상태에 놓이게 됐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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