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
트럼프 원조기금 삭감에 반대
“관용은 우리의 최고 수출품 중 하나다. 미국인들은 미국 정부가 더 안전하고 건강한, 그리고 더 번영한 세계에 전략적 투자를 계속하길 원한다고 확신한다.”
세계 최고 부자이면서 기부왕으로 불리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그의 부인 멀린다 게이츠가 13일(현지시간) 미국의 해외원조 필요성을 역설했다. 부부가 설립한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작년에만 전 세계 보건사업에 29억 달러(약 3조 2,800억원)를 썼다.
게이츠 부부는 이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대외원조 기금 대폭 축소 방안에 반대하며 대외원조의 효과와 중요성을 강조했다.
부부는 먼저 “의회가 대규모 삭감안에 동의하지 않아도, 한동안 주요 대외원조 프로그램이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 정부의 대외원조 정책에 불안감을 표시했다.
트럼프 정부는 국무부 산하 대외원조 업무 전문 수행기관인 국제개발처(USAID)의 통폐합과 대외원조 예산 30% 이상 삭감을 추진 중이다. 이 방안은 일단 상원에서 제동이 걸렸지만, 미국 내 대외원조 실효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부부는 대신 “17년간 전 세계 질병, 빈곤과 싸워온 우린 지금이 가장 우려된다”며 “대외원조가 단지 도덕적 명령이 아니라 세계 안전과 번영을 위한 장기 투자”라 역설했다.
부부는 기고에서 해외원조가 세네갈의 가족계획, 인도의 금융접근, 에티오피아의 산모사망, 페루의 발달지연 등을 개선하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구체적인 예까지 들었다. 특히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이 해병대 사령관 시절 의회에서 한 발언도 소개했다. 매티스 장관은 당시 “국무부에 충분한 예산을 지원하지 않으면 난 더 많은 탄약을 살 수밖에 없다”며 빈곤국 원조가 전 세계 평화정착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부부는 마지막으로 “민간 영역과 마찬가지로 각국 정부의 대외원조 역시 완벽하지 않다”면서도 “미국의 원조는 다른 자금 제공자가 채울 수 없는 결정적인 간격을 메워준다”며 미국 정부가 해외원조를 줄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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