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전기합선 추정… 준공 검사 없이 운영해 참사 초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한 이슬람 기숙학교에서 전기합선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 학생 등 최소 25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14일 더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10분쯤 쿠알라룸푸르 다툭 크마랏 거리에 있는 '쿠란 이티파키야' 이슬람 학교 3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는 오전 6시 15분 진화작업을 마무리했지만, 건물 안에 있던 학생과 교사들을 밖으로 대피시키는 데 실패했다. 소방당국은 기숙학교 안쪽 방에서 13~17세 남학생 23명과 교사 2명의 시신을 발견했다. 키루딘 드라만 쿠알라룸푸르 소방국장은 “지난 20년 동안 일어난 화재 참사 중 최악”이라고 말했다.
누르 라시드 이브라힘 경찰청 차장은 기자회견에서 “현 시점에서 화재 원인을 전기 합선으로 보고 있다”면서 “하지만 법의학 팀은 다른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고 조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화재가 난 건물은 준공 검사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가 컸던 이유는 발화 지점이 출구 쪽이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들은 하나뿐인 출구가 불길로 막히자 창문을 통해 탈출하려 했지만 방범용 창살에 가로막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소식통은 “새벽기도를 위해 모두 깨어 있었다. 테러 등의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당국이 보고 있다”고 전했다.
말레이 이슬람 기숙학교는 영세한 재정과 당국의 관리 미흡으로 화재가 잦다. 2015년에만 211건의 화재 사고가 있었다. 말레이 교육부에는 현재 519개의 이슬람 기숙학교가 등록돼 있으며 무등록 상태로 영업하는 학교도 상당수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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