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모든 인ㆍ허가 처분 무효 판결
토지반환 요구 등 후폭풍 우려
땅 주인 최종 승소 땐 좌초 위기
지주 405명 중 190명 소송 참가
2조5,000억원 규모의 제주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조성사업이 사실상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법원이 이 사업의 각종 인ㆍ허가에 대해 무효라고 판결하면서 토지주들의 무더기 토지 반환 소송 등 후폭풍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토지주 8명이 제주도와 서귀포시를 상대로 제기한 예래휴양형 주거단지 개발사업 인ㆍ허가에 대한 행정처분 무효 확인소송에 대해 13일 “모든 행정 처분이 무효”라며 원고 전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2015년 3월 대법원의 토지수용재결 무효 판결에 따른 인가처분 무효 의견을 반영해 제주도와 서귀포시의 인허가 등 총 15개 각종 행정처분도 모두 무효라고 판단했다.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조성사업은 말레이시아 버자야그룹과 국가공기업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함께 설립한 버자야제주리조트가 2005년부터 2017년까지 2조5,000억원을 투자해 예래동 일원 74만4,205㎡에 콘도와 분양형 호텔, 메디컬센터, 쇼핑센터 등을 건설하려는 사업이다. 대법원의 토지수용재결 무효 판결에 따라 2015년 7월부터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이번 1심 판결이 확정될 경우 JDC의 토지수용은 사실상 효력을 잃게 되고, 토지주들은 JDC를 상대로 무더기 토지 반환 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토지주들이 JDC를 상대로 제기한 토지 관련 소송만 15건에 이르고, 소송 참가자는 사업부지 전체 토지주 405명 중 절반에 이르는 190명이다. 토지주들이 최종 승소하면 사업부지 상당 부분을 원토지주들에게 돌려주고, 원점에서 다시 사업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재개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또 사업재개를 위해 토지를 다시 매입하더라도 비용이 문제다. 토지수용 이후 10년간 지가가 치솟으면서 매입비용이 수천억원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JDC는 이번 판결에 대한 항소 여부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JDC가 항소에 나설 경우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조성사업 공사 중단 사태도 장기화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JDC측은 “이번 판결에 대한 항소 여부는 판결문이 나오면 내용을 면밀히 분석하여 소송 당사자인 제주도와 협의를 거쳐 지역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과 관련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조성사업을 즉각 전면 재검토하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14일 논평을 통해 “이미 투자자인 버자야그룹이 소송을 진행하며 사실상 사업에서 발을 빼고 있고, 이에 따라 사업 추진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따라서 사업지연을 장기화 할 것이 아니라 사업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해당 지역을 공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제주녹색당도 이날 논평을 내고 “재판부의 판결을 환영한다”며 “제주도는 제주의 생태가치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대규모 개발을 진행하는 자기 모순적 정책을 집행하고 있는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제주도의 모든 개발계획을 백지화하고 원점에서부터 재검토 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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