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생 A(25)씨는 최근 고등학생인 남동생이 사회관계형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서 성인용 웹툰에 ‘좋아요’를 누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남성에게 반발하는 여성을 강간ㆍ폭행 등으로 처벌하는 내용의 웹툰 광고가 미성년자인 동생의 계정에 고스란히 노출 된 것이다. 심지어 광고를 클릭하면 ‘미리보기’를 통해 성폭행 등 범죄를 묘사한 그림까지 볼 수 있다. A씨는 페이스북측에 삭제 요청을 했지만 며칠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다. 페이스북 측에 확인 결과 “신고 게시물이 삭제되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린다”는 답변이다.
성인용 웹툰들이 온라인 광고 규제의 사각지대를 파고들어 청소년들에게 마구 노출되고 있다. 웹툰 서비스업체들이 성인웹툰에 등장하는 선정적이지 않은 장면만 골라서 노출해 검열을 피하면서 버젓이 광고를 하는 것이다. 광고를 선택하면 청소년들조차 성인인증 없이 ‘미리보기’를 통해 웹툰 속 범죄장면과 왜곡된 성 묘사를 그대로 볼 수 있다.
페이스북 등 SNS 회사들은 문제의 광고를 수정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입장이다. 페이스북코리아 관계자는 “광고 가이드라인은 나체가 등장하거나 성적으로 자극적인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며 “페이스북 이용자가 20억명이 넘다보니 신고를 받은 경우에 검토 후 삭제하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법적 단속 역시 어려운 상황이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관계자는“단순히 일반인들에게 부끄러움을 준다거나 부담을 주는 것을 넘어서 노골적인 방법으로 성적 행위를 표현하는 게시물이어야 음란물로 처벌 가능하다”며 “웹툰 광고들은 성기가 노출되는 등 선정성이 없는데다 불법 성인사이트가 아닌 웹툰사이트에 연결돼 제재할 방안이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성인웹툰의 광고에 대해서도 청소년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김민식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폭력적인 성인웹툰은 청소년들에게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특히 청소년들은 본 것을 따라하려는 모방심리 때문에 관찰학습이 일어날 수 있어 위험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미디어를 구별할 수 있도록 비판적 시각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손희정 문화평론가는 “청소년들에게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교육을 해서 유해콘텐츠가 시장에서 도태되게 하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유지윤 인턴기자(성균관대 신문방송학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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