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살던 때가 그립습니다
여운규 지음
에쎄 발행ㆍ324쪽ㆍ1만4,000원
회 한 접시가 가장 맛깔스럽게 보일 때란 야구장 외야석 조명을 받았을 때다. 서울에서 꽤 괜찮은 돼지국밥집을 마침내 찾아내고야 말았음에도 메뉴판의 이름 ‘돈탕반’을 보곤 어색함을 떨칠 수가 없다. 늦가을 기름진 밀치(숭어)회야 말로 광어ㆍ우럭을 물리칠, 국민의 횟감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책은 이런 속사정을 담은 ‘부산 아재’의 내밀한 이야기 모듬이다. 1980~90년대를 통과한 이들이라면 다 킥킥거릴 만한, 일종의 ‘응답하라 갈매기들아!’다. 시끄럽고 욕 잘 하고 거칠면서 단순 무식하다고 널리 이름나는 건 갯가 사내들에게 일종의 숙명. 그 숙명을 거스르는 감성이 감상 포인트다. 갯가 사내들도 사람일진대, 다만 애써 설명하거나 변명하지 않을 뿐이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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