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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혐오증’과 맞선 프랑스 여성 투쟁기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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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혐오증’과 맞선 프랑스 여성 투쟁기 화제

입력
2017.09.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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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스포비아’에 맞서 ‘당신은 뚱뚱하게 태어나지 않았다’를 출간한 프랑스 여성 가브리엘 디듀이어르 가디언 캡쳐
’그로스포비아’에 맞서 ‘당신은 뚱뚱하게 태어나지 않았다’를 출간한 프랑스 여성 가브리엘 디듀이어르 가디언 캡쳐

과체중 여성에 대한 프랑스 사회의 혐오에 맞선 여성 가브리엘 디듀이어르(39)의 경험담을 담은 책, ‘당신은 뚱뚱하게 태어나지 않았다’가 프랑스 전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여년 간 프랑스에서 뚱뚱한 여성으로 살며 수많은 차별과 모욕을 당했던 가브리엘의 사연을 소개했다. 프랑스에선 뚱뚱한 사람을 혐오하는 ‘그로스포비아(grossphobia)’가 만연해 있다. 특히 여성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민다. 가브리엘은 책에서 “프랑스 여성 대부분은 늘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프랑스 남부에선 식도와 위가 이어지는 부위에 밴드 장치를 끼워 음식을 덜 섭취하도록 유도하는 위밴드수술이 1년에 5만 건 이상 시행될 정도로 성행하고 있다.

가브리엘은, 책 제목처럼 태어나면서부터 비만은 아니었다. 그가 열일곱살이 되던 해, 평소보다 더 큰 치수의 바지를 입게 되자 그의 어머니는 딸이 더 살찔 것을 걱정해 병원에 데려갔다. 의사는 가브리엘에게 호르몬 치료를 시작했지만 이후 호르몬 부작용으로 폭식을 반복하게 되면서 살이 급격히 찌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3개월 만에 몸무게 30kg이 늘었다. 현재 그의 몸무게는 150kg이다.

가브리엘은 이후 취업, 직장생활 등 여러 부문에서 차별을 견뎌내야 했다. 입사를 준비하던 그는 한 면접관으로부터 “지능지수(IQ)와 체중이 반비례한다는 건 흔히들 알고 있는 사실”이라는 모욕적인 발언을 들었다. 2015년 특수 보조 교사로 일할 때도 차별적 발언은 이어졌다. 동료 교사는 가브리엘에게 “살이 쪄 땀을 너무 많이 흘린다”며 빈정댔고, 교장은 “학생들이 뚱뚱한 선생님을 가졌다는 이유로 따돌림 받길 원치 않는다면 한 달 안에 살을 빼라”고 요구했다. 결국 가브리엘은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했던 가브리엘이 책을 내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 친구들과 함께 출판 기념회에 갔던 그는 작가들과 출판업계 관계자들에게 “뚱뚱한 사람을 혐오하는 이들을 아느냐”며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의 이야기에 흥미를 가진 출판사들은 책으로 만들 것을 제안했고, 가브리엘은 고심 끝에 제안을 승낙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한 여성 독자는 “남편과 직업을 잃는 게 두려워 음식을 먹고 토하던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됐다”고 밝혔고, 익명의 남성은 “뚱뚱한 여성을 무시하고 차별했던 일들이 떠오른다”며 “그들에게 용서를 구한다”고 했다.

가브리엘은 이제 프랑스 잡지 ‘르 포인트’와 인터뷰를 시작으로 여러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이름을 알리고 있다. 영화 시나리오로도 채택됐다. 가브리엘은 과체중 여성들이 더 이상 숨지 않고 프랑스 내 만연한 ‘그로스포비아’에 함께 맞서길 촉구하고 있다.

박혜인 인턴기자(중앙대 정치국제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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