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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문소리가 ‘여배우’ 수식어를 쓰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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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문소리가 ‘여배우’ 수식어를 쓰지 않는 이유

입력
2017.09.1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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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문소리가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 홍보 차 한국스포츠경제와 인터뷰를 가졌다.

[한국스포츠경제 양지원] “누군가의 길을 따라가고 싶지 않아요. 이렇게 사는 게 팔자인가 봐요.”

배우 문소리는 안정된 삶을 추구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닮고 싶지 않고, 누군가의 삶을 따라 하려 하지 않는다.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14일 개봉)에서 문소리가 ‘한국의 메릴 스트립’이라는 수식어에 짜증을 부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2의 000’이 아닌 온전히 자신으로서 살길 바라는 문소리는 여전히 도전하는 삶을 꿈꾼다.

‘여배우는 오늘도’는 문소리가 직접 제작하고, 각본을 쓰고 연출한 작품이다. 대학원 과제로 만든 단편 ‘여배우’, ‘여배우는 오늘도’, ‘최고의 감독’을 장편으로 완성한 영화다. 여성으로서의 삶과 배우로서의 삶을 고민하는 문소리의 이야기를 유쾌하고 유머러스하게 담았다. 픽션을 전제로 한 영화지만 마치 문소리의 실생활을 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연출자로서 욕심보다 앞으로 배우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한 영화에요. 사람들 입에 잘 오르내리는 직업이다 보니 좀 더 흥미로운 소재가 될 거라고 생각했죠. 그렇지만 ‘당신들이 몰랐던 제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라는 마음으로 만든 건 아니에요.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고민을 담은 영화죠. 사실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 살잖아요.”

문소리가 고민을 풀어놓는 방법은 간단했다. 각종 영화제에서 트로피를 휩쓸며 누구보다 화려한 삶을 사는 듯 하지만 알고 보면 캐스팅에 탈락해 눈시울을 붉히는 중견 연기자의 삶을 적나라하게 비춘다. 영화 속 상황이 허구라 해도 ‘연기’하는 배우로서 용기가 필요했을 터다.

“처음에는 좀 걱정된 것도 사실인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무슨 큰 용기가 필요했나 싶더라고요. 영화를 만들 때는 꼭 필요한 장면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잘 만들어서 관객과 공감하고 공유하기 위해 별 걸 다 하잖아요. 어차피 나는 늘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일을 하는 사람이에요. 이제 와서 그게 무섭거나 두렵다고 연연할 일은 아니에요. 담배가 필요한 장면이 있으면 필 수도 있죠. ‘사람들이 날 흡연자로 보면 어떡해?’라는 생각보다 이 신이 필요하고 관객과 나눌 공감대가 있다면 찍어야죠.”

영화는 한국사회에서 여성으로 사는 것에 대한 담론이다. 혹자는 페미니즘이 느껴지는 영화로 느낄 수도 있다. 문소리는 젠더(성별) 감수성이 잘 느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영화 제목을 ‘배우’가 아닌 ‘여배우’로 정했다.

“페미니즘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겠죠. 그게 이 영화의 핵심이나 틀은 아니지만요. 살아가면서 페미니즘과 제 삶이 굉장히 연관이 많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어디 가서 소개할 때 ‘여배우’ 문소리라고 하지 않아요. 직업란에 배우로 쓰지 여배우로 쓰지 않잖아요. 그저 제가 여배우로 불리는 삶을 살고 있을 뿐이죠. 제목의 ‘여배우’는 한국사회에서 여성으로서의 삶과 영화를 만드는 삶을 아우르는 표현이에요. 이 사회에 사는 많은 여성들의 삶이 남성들의 삶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생각해 주셨으면 해요.”

‘여배우는 오늘도’에는 영화계의 실존 인물들이 등장한다. 문소리의 실제 남편인 장준환 감독과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제작한 리얼라이즈픽쳐스 원동연 대표가 출연해 깨알 같은 재미를 준다. 문소리는 장준환 감독과 작품을 만들어가며 느끼는 고민을 함께 나눴다고 했다.

“남편과 이 영화를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어요. 그렇지만 이 영화의 존재의 이유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많이 했죠. 그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는 과정이 즐겁지만은 않더라고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때도 있고요. 어려운 과정이었지만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주는 만족감을 느꼈어요.”

문소리는 배우로서, 감독으로서, 한 가정의 엄마로서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있다. 인터뷰 내내 감기 탓에 연신 코를 풀어대면서도 “가만히 쉬는 걸 하지 못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잘 쉬는 것도 능력인 것 같아요. 쉴 때 잘 못 쉬는 편이에요. 인생이란 게 레이스를 조절해야 할 때도 있는 건데 좀 쉬면 불안해지더라고요. 쉴 때 어떻게 쉬느냐도 중요한 것 같아요. 딸이 보채지 않냐고요? 우리 딸은 씩씩해서 내가 일하러 가도 울어본 적이 없어요.”

사진=메타플레이 제공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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