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류석춘 혁신위원장이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서청원ㆍ최경환 의원 등 3명에 대해 탈당을 권유하는 내용의 3차 혁신안을 내놓았다. 류 위원장은 “국정운영 실패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물어 박 전 대통령에게 자진 탈당을 권유해야 한다”고 밝혔다. 친박계와 전통 지지층의 반발을 의식해 바로 출당(黜黨) 조치하는 대신 스스로 탈당할 기회를 준 것으로 보인다. 류 위원장은 이어 “계파 전횡으로부터 비롯된 국정 실패에 책임이 가장 무겁다”고 서ㆍ최 의원에 대한 탈당 권유 배경을 설명했다.
3차 혁신안은 내년 지방선거를 위한 지지 기반을 복원하고 바른정당과의 보수통합을 주도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혁신위가 두 달여나 끌며 내놓은 인적 쇄신안이 바른정당에서 요구한 최소한의 인적 청산 범위에도 미달해 한국당이 보수 통합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바른정당 내 ‘통합파’로 알려진 주호영 원내대표는 통합 논의의 진전을 위해선 박 전 대통령과 이른바 ‘친박 8적’의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당장 바른정당 내부에서는 윤상현ㆍ홍문종 의원 등 친박 핵심들이 빠진 반쪽짜리 인적 청산에 불과하다는 비판론이 잇따른다.
이 정도 인적 청산이나마 제대로 이루리라는 보장 또한 없다. 친박계가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며 반발하고 있어 계파 갈등만 불거질 수 있다. 박 전 대통령도 지난달 한국당의 탈당 권유 논란에 대해 “차라리 출당시키라”며 불쾌감을 드러낸 바 있다. 홍준표 대표에게 인적 청산 의지가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대선 때 “출당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라며 박 전 대통령을 두둔하더니, 지방선거가 다가오자 슬며시 “출당은 정치적 책임의 문제”라고 입장을 바꿨다. 막상 3차 혁신안이 나오니 “권고안이기 때문에 집행 여부를 10월 17일 박 전 대통령 1심 판결을 전후해 논의를 본격적으로 할 것”이라는 뜨뜻미지근한 반응이다.
한국당의 지금 처지는 제1야당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초라하다. 영남권을 제외하면 5% 안팎 지지율에 머문다. 이대로 가면 ‘TK 자민련’으로의 전락을 피하기 어렵다. 보수 세력을 궤멸의 위기로 몰아넣은 박 전 대통령과 친박계에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게 그리 어렵다면, 어떻게 낡고 부패한 보수 구태를 덜어내고 참신한 인재를 수혈해 혁신의 필요조건을 충족할 것인가. 의원 전부를 물갈이하고 재창당 수준의 혁신을 해야 할 판에 친박 핵심 몇 명 정리에 이리 뜸을 들이니, 한국당의 회생 전망은 흐릿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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