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묵인 속 부적격 청문보고서 채택
文 정부 장관급 이상 5번째 인사 참사
국회가 13일 여당의 묵인 하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의견으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박 후보자가 국회 뜻을 따라 자진사퇴 할 경우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포함해 문재인 정부 들어 임명한 장관급 이상 공직자 중 5번째 낙마 사례가 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박 후보자는 건국과 경제성장을 둘러싼 역사관 논란과 신앙과 과학 간 논란 등에 대해 양립할 수 없는 입장을 모두 취하는 모순을 노정하는 등 국무위원으로서 정직성과 소신이 부족하다”며 부적격 의견을 제시했다. 위원회는 이어 다운계약서 작성과 주식 무상수증 등과 관련,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서 중소기업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다양한 부처뿐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할 만한 전문성과 행정경험, 정무적 감각이 부족하다는 데 우려를 표명했다”고 적시했다.
이날 청문경과보고서는 산업위 간사인 홍익표 의원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원이 퇴장한 가운데 의결됐다. 당청관계의 모양새를 의식해 퇴장했을 뿐 민주당도 부적격 의견에 사실상 동참한 셈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제 공은 사실상 청와대로 넘어간 것”이라며 “당의 의견이 직접 확인됐기 때문에 청와대에서도 상황을 잘 고려해 판단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는 청문경과보고서가 국회에서 청와대로 넘어오는 과정 등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박 후보자 본인이 청문회 때 국회의 뜻을 따르겠다고 한 얘기가 있으니 본인이 결단을 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박 후보자의 자진 사퇴 결심을 기다리고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일각에선 박 후보자의 자진 사퇴나 청와대의 지명 철회가 미뤄지고 있는 것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국회 인준에 대한 야권의 약속을 민주당이 받아낼 시간을 벌어주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 부결과 박 후보자 낙마에 이어 김명수 후보자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정국의 주도권을 놓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박 후보자가 낙마하고 김명수 후보자까지 국회 인준을 넘지 못하는 것이 청와대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 아니겠냐”며 “당청이 이 상황까지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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