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의원들 질문 공세를 노련하게 응수하는 모습이 온라인에서 화제다. 이 총리 답변 장면만 모은 영상까지 따로 만들어졌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답변의 정석을 보여줬다” “품격이 느껴진다”는 등의 호평을 내놓고 있다.
말로 뜬 이 총리이지만, 사실 그의 주 전공은 글이다. 신문기자 출신이다. 이 총리는 1979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정치부, 국제부 기자, 논설위원 등을 역임했다. 정치인으로 변신한 후에도 광복절, 3〮1절 등 굵직굵직한 행사가 있을 때면 직접 축사를 썼다.
이 총리는 글을 쓸 때 ‘군더더기’를 가장 경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더더기가 있으면 좋은 글이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그에 따르면, 글은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 글의 주장, 논지를 흩뜨리는 문장은 사족이다. 잡초 자르듯 필요 없는 문장을 쳐내고 쳐내 글이 말하려는 핵심 메시지만 남겨야 한다. 이 총리가 기자로 일하며 수없이 거듭했을 과정이다.
글은 말을 글자로 옮긴 것이다. 말과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 깔끔한 글쓰기는 깔끔한 말솜씨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대정부질문에서 화제가 된 이 총리의 ‘답변 스킬’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닌 노력의 결과물인 까닭이다.
이 총리는 국회의원 16년 동안 민주당 대변인을 다섯 차례나 지내며 ‘민주당의 입’으로 통했다. 글 솜씨만큼 말솜씨도 만만치 않은 셈이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13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 총리가 대정부질문 당시) 중학생을 대하는 자상한 대학생 같았다”며 “참 (답변을)잘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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