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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대기업 임금격차 3.2배… 미국은 1.3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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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대기업 임금격차 3.2배… 미국은 1.3배

입력
2017.09.1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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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급여양극화

5인 미만 기업 구매력 기준 임금

美 절반 수준 月 1894달러 그쳐

#1 지난해 서울 유명 사립대를 졸업한 김 모(29)씨는 올해 초 다니던 중소기업을 그만두고 다시 대기업 입사 시험준비를 하고 있다. 희망했던 대기업 공채에서 줄줄이 낙방하다 비교적 탄탄한 중소기업을 골라 입사했지만 너무 적은 급여가 성이 차지 않았다. 김 씨는 “대기업에 들어간 학교 동기들에 비교해 내 급여가 60%에 불과해 상실감이 컸다”며 “중소기업은 또 들어갈 수 있으니 대기업에 다시 도전해보라는 부모님 권유에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고 말했다.

#2 경기 군포에서 의료기기를 생산하는 D 중소기업 이 모 대표는 회사 R&D(연구개발) 센터에서 일할 연구원을 채용할 때마다 진이 빠진다. 연구원이다 보니 석ㆍ박사급 고학력자들을 주로 구하는 데 이들의 처우를 대기업 수준으로 맞춰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무리해서라도 처우를 높여줘도 절반 정도는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겨 버린다”며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어떻게 연구개발에 매진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우리나라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고질적인 ‘급여 양극화 현상’이 미국과 일본 등 경제 선진국 보다 심해지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13일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발표한 ‘기업 규모별 임금격차 국제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구매력평가지수(PPP) 환율(각국 통화의 구매력을 비교해 결정하는 환율)로 추산할 경우 우리나라 근로자 1인당 월 평균 급여는 월 3,164달러로 미국(4,089달러)과 일본(3,416달러) 근로자 보다 낮았다. 하지만 500인 이상 대규모 기업에 다니는 근로자 급여는 미국이나 일본 근로자 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인 미만 소기업에 다니는 근로자 임금은 미국의 절반 수준으로 중소ㆍ대기업 간 임금 격차 수준이 선진국 보다 더 많이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회사 규모가 작을 수록 미국과 일본에 비해 낮았다. 실제 5인 미만 기업은 미국 근로자의 53%, 100인 미만 기업은 미국 근로자의 97.6% 수준의 급여를 받았다. 하지만 종업원 규모가 500인 이상을 넘어서면 우리나라 근로자 급여가 미국 보다 31%, 일본보다 51.9% 더 높아졌다. 이에 따라 500인 이상 대규모 기업과 5인 미만 소기업 간 임금 격차도 3.2배로 미국(1.3배)과 일본(1.5배)보다 더 크게 벌어졌다.

500인 이상 기업의 경우 우리나라 근로자와 미국ㆍ일본 근로자가 받는 임금 격차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2010년 미국대비 15.4% 높았던 우리나라 대기업 근로자 임금 수준은 2014년 31.6%로 그 격차가 16.2%포인트 확대됐다. 일본 근로자와 비교해도 같은 기간 임금 격차가 20.7%포인트 벌어졌다. 우리나라 대기업 근로자 임금이 미ㆍ일 등 대기업 근로자 임금 보다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 대기업 근로자 임금이 갈수록 높아지는 현상에 대해 일본 닛세이기초연구소는 “한국 대기업이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초임을 높게 설정했고, 대기업 노조의 협상력이 센 것도 이유”라며 ”대기업의 높은 임금 때문에 노동공급이 편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 연구원은 “임금 격차 완화를 위해 대기업이 협력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이나 복지수준 지출 비용에 대한 인센티브를 늘려야 한다”며 “범정부 차원에서 경영성과를 근로자에게 공유하는 방식의 과감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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