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기업인 발탁하려다 백지신탁에 난관
靑 “박 후보자 27번째 접촉한 인사”한숨
교수로 유턴했으나 평판조사 등 검증 소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따라 신설된 중소벤처기업부 초대 장관 인선이 후보자 낙마 위기로 치달을 정도로 꼬인 것은 까다로운 인선 원칙과 높은 검증 문턱, 그리고 시간에 쫓긴 졸속 검증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강조하는 일자리 창출의 핵심부처 수장인 중소벤처기업부 초대 장관 인선에 공을 들여 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업계에선 신설 부처를 이끌 리더십을 갖춘 현역 중진의원의 발탁을 요구했지만 청와대는 생각이 달랐다. 이미 현역의원 5명을 장관으로 발탁한 상황에서 더 이상 현역카드는 사용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대신 성공 경험을 갖춘 ‘기업인 출신’에 무게를 두고 인선을 진행했다. 여기에는 관료사회 개혁을 위해서도 관료 출신은 배제한다는 원칙도 작용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관심을 가진 기업인들은 장관직을 제안해도 길어야 2년 정도 장관직을 수행하기보다 기업 경영에 매진하겠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1급 이상 고위 공직자는 본인과 배우자, 자녀가 보유한 직무와 관련된 3,000만원 초과 주식을 매각 또는 금융기관에 신탁하도록 한 주식백지신탁제도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청와대 측은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벤처업계 인사들은 다 접촉했지만 의사를 타진한 인사들은 인사청문 검증과 주식백지신탁을 이유로 거절했다”며 “27번째 접촉해 장관직을 수락한 인사가 박성진 후보자였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정부 출범 107째인 8월 24일에야 박 후보자를 깜짝 지명했다. 당초 원했던 기업인 출신은 아니지만, 포스텍 기술지주 대표이사를 맡아 기술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지원 사업을 주도했다는 게 청와대의 발탁 이유였다.
박 후보자의 추천에는 문미옥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이 관여했다는 게 정설이다. 박 후보자와 포항공대 1기 동기에다 청와대에서 과학계 내부 인사를 추천할 수 있는 인사가 문 보좌관 외에 딱히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가 27번의 제안과 고사를 반복하는 동안 시간에 쫓기자 박 후보자의 평판 검증을 소홀히 한 것으로 보인다. 지명되자마자 한국창조과학회 이사 활동 경력 논란이 불거졌고, 곧이어 대학에 제출한 연구계획서와 언론 기고문을 통해 뉴라이트 사관도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과 역사인식이 정반대인 인사가 발탁되었다는 점에서 장고 끝에 악수를 둔 셈”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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