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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경찰청은 ‘수사권 독립 실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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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경찰청은 ‘수사권 독립 실험실’?

입력
2017.09.1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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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능력 강화해 지휘 검사에 대응

직원협의회 ‘고동소리’ 자긍심 고취

검찰 고래고기 반환 관련 수사 착수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경찰 내 대표적 수사권 독립론자인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전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이 경찰의 수사권 독립에 대비, 자체 수사능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조직개편과 함께 상명하복의 조직문화에 생경한 직원협의회를 발족시키는 등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울산경찰청은 특히 울산지검이 지난해 4월 불법 포획한 밍크고래 유통업자 6명을 검거하면서 압수 밍크고래 27톤(40억원 상당) 가운데 21톤을 지난해 5월 피의자인 포경업자 등에게 되돌려준 것과 관련, 최근 적법성 여부를 놓고 수사에 착수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13일 울산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경찰서 단위에서 수사하기엔 기간이 오래 걸리고 전문지식도 필요한 안전사고, 의료범죄 등을 지방청 광역수사대에 안전의료수사팀을 신설해 업무를 이관했다.

아울러 지방청 지능범죄수사대는 4개 경찰서 지능팀원 12명을 차출, 전문지식과 고난도 수사기법이 필요한 사건을 전담하는 광역수사체제를 구축하는 등 수사시스템도 개선했다. 또 경찰서 수사과가 처리하던 보이스피싱 사건 중 침입절도형과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 등 즉시성 있는 현장출동 및 다수의 수사인력이 필요한 사건은 형사과로 이관했다.

울산청의 이 같은 조직개편은 수사권 조정 시대를 겨냥한 포석으로, 경찰의 자체 수사 전문성을 높여 지휘 검사에 ‘휘둘리지 않고’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아울러 그 동안 일선 경찰서에 내렸던 기획수사 역시 지방청이 직접 수사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산하 경찰서 지능팀을 모두 폐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울산경찰청의 이 같은 조직개편은 황 청장이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으로 있을 때 도출한 검ㆍ경 수사권 조정에 대비한 경찰조직 개편안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울산청은 관할 경찰서가 단 4곳으로 전국 17개 지방청 중 제주경찰청 다음으로 규모가 작다. 이에 따라 수사권 조정에 앞서 울산청에서 조직개편에 대한 실험을 한 후 더 큰 지방청 단위로 확산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모든 지방청으로 지방청 중심 수사체제가 전환될 때 까지는 일선서 수사인력을 대거 재배치 해야 하는 등 구조상 적지 않은 혼란과 시행착오가 수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울산청은 또 일선 경찰서 형사들은 불필요한 대기근무에서 벗어나 야간 및 휴일 시간을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게 했는데, 이는 경찰 내부의 조직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울산청은 이와 함께 이날 전국 처음으로 직원협의회인 ‘고동소리’ 합동출범식을 가졌다. 사실상 노조를 대신하는 ‘고동소리’는 운영진이 황 청장을 비롯해 지역 4개 경찰서장과 매달 한번씩 회의를 열어 직원들의 요구와 치안정책 제안 등을 교환하게 된다. 가입이 자율인 ‘고동소리’ 가입률은 현재 51.8% 정도다.

황 청장의 아이디어로 알려진 ‘고동소리’ 역시 경찰조직의 자긍심을 높이고 대민 대처능력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로, 검찰에 대한 경찰의 수사권 독립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 청장은 아울러 취임 직후 검찰을 방문한 데 이어 이례적으로 민주노총, 한국노총, 언론, 여성ㆍ장애인단체까지 방문했으며, 최근에는 ‘시민과 경찰협의회’도 발족시켜 경찰에 대한 공감대 확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울산경찰청은 지난해 5월 검찰이 불법 포경 증거물인 압수 고래고기를 반환한 것과 관련, 수사에 착수해 검찰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경찰은 “압수한 고래고기가 불법 포획된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샘플을 채취, 고래연구소에 DNA 분석을 의뢰했는데, 검찰이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되돌려줬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울산지검 측은 “압수된 27톤 가운데 6톤을 제외한 21톤에 대해서는 불법 포획된 고래고기라는 증거가 없어 형사소송법에 따라 되돌려줬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내사의 본질은 압수물 처리과정의 적법성일 뿐 수사권 조정과는 관련이 없다”는 경찰의 해명에도 불구, 경찰의 반발이 황 청장의 부임(8월 3일) 직후 나온 것이어서 ‘수사권독립을 염두에 둔 검ㆍ경의 몸싸움’이란 해석도 내놓고 있다.

한편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이번 고래고기 반환과 관련, 울산지검 담당 검사를 직권 남용 등의 혐의로 울산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와 관련, 황 청장은 “통상의 수사절차에 따라 사건의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기 위해 철저히 수사를 진행하겠다”며 “법은 만인에 평등하므로 광역수사대에 배당해 상황에 따라 팀 규모를 정하겠다”고 밝혔다. 김창배 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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