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담당 100 기무부대 해체
연락 기능만 남기고 부대장 계급 낮춰
전방위 민간인 사찰 등 숱한 반칙
군사보안 대테러 임무로 복귀명령
질곡의 현대사를 거치며 오욕의 상징으로 각인돼 있는 국군기무사령부가 고강도 수술에 나선다.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과 문민화 기조에 맞춰 군의 최고 지휘부인 국방부를 담당하는 기무부대를 먼저 해체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13일 “국방부 본부 담당 100기무부대를 사실상 폐지해 필수 연락 기능만 남기고, 합동참모본부를 맡고 있는 200기무부대에 합치는 조직개편을 단행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100부대장은 준장에서 대령으로 낮추고, 200부대장은 대령에서 준장으로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방부 본청 2층 장관실 맞은편에는 100부대장 집무실이, 그 아래 1층에는 요원들의 사무실이 자리잡고 있다. 수십 명의 인원이 본청에 근무하며 장ㆍ차관을 비롯한 국방부 직원들의 동향을 파악해왔는데, 이들 대부분을 건물 밖으로 뺀다는 얘기다.
반면 국방부 청사와 200m 가량 떨어진 합참 청사에 위치한 200기무부대의 역할은 대폭 확대된다. 국방부는 “합참의 엄정한 군령권 행사와 전력 증강, 북한 핵ㆍ미사일 대응 능력 등을 강화하고자 합참 지원 기무부대에 핵ㆍ대량살상무기(WMD) 대응센터와 방산분야 전담반을 신설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고조되는 도발 위협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염두에 둔 조치다.
일단 100부대와 200부대를 합친 총 인원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하지만 기무부대의 역할이 군 관련자에 대한 동향파악에서 군사보안과 방첩수사, 첩보수집, 대테러 등 본연의 임무로 초점이 바뀌었다는 데 개편의 의미가 있다. 이에 따라 기무사 본부의 1처(군 인사 정보와 동향 파악), 2처(방산ㆍ보안), 3처(방첩ㆍ대북정보) 가운데 1처가 폐지될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기무사는 지난달 이석구(육사 41기) 사령관 직무대리 취임 후 개혁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한 데 이어 조만간 새 정부의 국정기조에 맞춘 청사진을 공개할 예정이다. 기무사와 전국의 기무부대에 근무하는 요원은 3,000~4,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기무사는 광복 직후의 혼란 속에서 대공업무를 전담하는 조직으로 출발해 1950년대의 특무부대와 60년대 방첩부대, 70년대 보안부대로 영역을 넓히며 남북 분단의 현실에서 국가안보의 기틀을 확립하는 데 일정부분 기여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독재권력과 군사정권의 하수인을 자처하며 통수권자의 지원을 뒷배 삼아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둘렀고, 1977년 국군보안사령부를 창설해 육해공군의 기무부대를 통합하면서 그 위세가 절정에 이르렀다. 이후 12ㆍ12 쿠데타,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5공 독재정권 탄생 등 암흑의 시기를 주도하며 국민의 지탄을 받았다.
이처럼 하늘을 찌르던 기세는 1990년 10월 보안사에서 근무하던 윤석양 이병이 1,300여명에 달하는 전방위적인 민간인 사찰을 폭로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그 여파로 1991년 1월 기무사로 명칭을 바꾸고, 순수 군 관련 업무로 조직과 체제를 축소하며 뼈를 깎는 개혁을 약속했지만 음성적인 동향보고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2002년 9월 노동운동가에 대한 기무사의 내사와 자택 수색 사실을 공개했고, 2004년 10월 국정감사에서는 기무사의 민간인 사상검증이 폭로되기도 했다. 이후 국방부 금지도서 지정, 민간인 교수 사찰, 대선 댓글 작성 의혹까지 우리 사회의 도처에서 기무사의 월권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기무사 권력의 상징인 사령관과 대통령의 독대는 노무현 정부 들어 폐지됐다가 이명박 정부에서 부활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독대는 중단됐지만 정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슬그머니 재개된 것으로 전해졌다. 2013년 장경욱 당시 기무사령관은 특정 인물이 주도하는 군 전체의 인사 난맥상을 청와대에 직보했다가 괘씸죄에 걸려 6개월 만에 경질되는 치욕을 겪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다시 사령관과의 독대를 없앴다. 군 관계자는 "과거 통수권자의 필요에 따라 기무사의 역할은 상당한 변화를 겪어왔다"며 "독대 여부도 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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