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문제와 관련해 “한국과 일본의 국방력 강화를 지지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다만 과거처럼 전술핵 배치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하지는 않아 미 행정부의 입장이 변할지 주목된다.
13일 미국의소리방송(VOA)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로건 미 국방부 대변인은 전술핵 재배치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핵 관련 사안은 비공개 논의로 제한한다”며 “한일의 국방력 강화를 계속 지지하겠지만 (전술핵 배치 문제를) 자세히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앞서 그레이스 최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도 같은 질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가용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 북한에 최대 압박을 가하기로 합의했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모든 옵션은 테이블 위에 있다”고 언급해 전술핵 재배치 여지를 남겼다.
두 안보 당국의 이런 반응은 과거와 사뭇 다르다고 VOA는 분석했다. 2012년 캐서린 윌킨슨 당시 국방부 동아태 대변인은 “한국 방어를 위한 전술 핵무기 배치는 불필요하고 확고한 미국의 기존 방어 공약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빅토리아 눌런드 당시 국무부 대변인 역시 비슷한 답변을 내놓으면서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 정책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미 정부의 미묘한 입장 변화는 트럼프 정권 내 전술핵 재배치 논의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간 뉴욕타임스는 3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정권에 극적인 경고 차원에서 전술핵 재배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NBC방송도 8일 백악관과 국방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전술핵을 포함한 대북 대응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전날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전술핵 재배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거듭 밝혔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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