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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칼럼]동물들 울음소리에 숨겨진 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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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칼럼]동물들 울음소리에 숨겨진 뜻은?

입력
2017.09.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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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욱 우---욱"하고 웃는 하이에나. 처음엔 무서웠지만 이제는 오랫동안 울지 않으면 안부가 궁금하다.
"우욱 우---욱"하고 웃는 하이에나. 처음엔 무서웠지만 이제는 오랫동안 울지 않으면 안부가 궁금하다.

동물원에 와서 하이에나 특유의 웃음소리를 처음 들었다. 길게 내 지르다가 순간 짧게 뚝 끓어지는 “우욱 우--욱” 하는 소리는 꽤 소름이 끼쳤다. 하지만 이제는 밤에 혼자 근무를 서도 무섭지 않다. 오히려 울음소리가 잘 들리지 않으면 동물들의 안부가 궁금하고, 며칠간 안 울 때는 그 소리가 그리워질 정도다. 이제는 지나가가 어떤 울음소리가 들리면, 누가 우는 건지 거의 모두 알게 되었다. 

동물원에 오는 지인들은 이런 나를 보며 무척 신기해한다. “그런 거야 껌이지. 너희들 기린이 어떻게 우는지 알아...? 크! 기린은 소리를 내지 않아!” 하고 은근 뻐기기도 한다.

동물원 소리의 제왕들

당나귀가 “꺽-꺽어꺽” 하면서 숨 넘어가는 소리를 질러 대면 시끄럽기가 마치 귀에 대고 누가 나팔을 부는 것 같다. ‘은근 배고프다’ 혹은 ‘여기 나 있어’ 하는 뜻이다. 사슴들은 “삐익” 하는 낮고 처량한 슬픈 노래 곡조 같은 소리를 낸다. 다람쥐원숭이 같은 작은 원숭이들은 새소리 같은 “삑삑” 하는 작은 소리를 낸다

꿩 종류는 예쁜 휘파람 소리 같은 걸 자주 내며, “억-억” 하는 아프리카 관학은 두루미나 학 종류 중에서도 유일하게 소리를 잘 내는 녀석이다. 칠면조는 “푸들-푸드들” 하는 온몸을 전율하는 듯한 독특한 소리를 낸다. 맹금류 중에서는 참수리 녀석이 앵무새 저리 가라 싶게 시끄럽게 울고, 부엉이나 독수리들은 거의 조용한 편이지만 가끔 부엉이가 “부우 부우!” 하는 소리를 주문을 외우듯 내기도 한다. 

동물원 소리의 제왕은 단연 코끼리다. 가볍게 소리 내는 것 같은데 그 누구보다도 선명하고 날카로운 고성이다.
동물원 소리의 제왕은 단연 코끼리다. 가볍게 소리 내는 것 같은데 그 누구보다도 선명하고 날카로운 고성이다.

호랑이나 사자는 역시 동물의 제왕답게 온몸으로 공명하여 터져 나오는 듯한 우렁찬 “어으흥 어흥” 소리를 내는 데 온 동물사가 진동할 정도이다. 침묵의 공격자인 표범이나 퓨마는 여간해서 소리를 안 내는 데, 낼 때는 “갸악 갸악!” 하는 정도이지만 옆에 있으면 서늘한 기운이 느껴질 정도로 날이 서있다. 

단연 동물원 소리의 왕은 코끼리이다. 코끼리는 “뿌우우~”하는 소리를 내는데 가볍게 질러도 4㎞ 밖의 동료에게도 전달될 정도다. 가볍게 질러도 마치 총알이 내 귀를 스쳐간 것처럼 선명하고 날카로운 고성이다.

울음소리 짓궂다 무시 말라

닭 종류 중에서도 하루 종일 “호로로” 울며 시끄럽게 만드는 아프리카 호로새(뿔닭)가 있는 데 동물원 사람들은 시끄럽기만 하고 볼품도 없다고 무시했다. 그런데 용인의 어느 동물원에 갔더니 이 호로새가 환상적인 비행쇼를 하고 있지 뭔가! 그 후로 난 이 호로새의 팬이 되어 버렸다.  

아프리카 호로새야. 이제 울음소리로 판단 안 할게.
아프리카 호로새야. 이제 울음소리로 판단 안 할게.

물에 사는 동물 중에는 물을 이용하여 소리를 내는 경우가 제법 많다. 하마의 경우는 큰 입을 벌리고 커다란 물보라를 일으키며 “꾹꾹꾹!” 하는 소리를 연신 발산한다. 물범도 온몸을 첨벙대면서 이런 비슷한 소리를 내는데 수영장에 작은 파도가 일 정도다. 

우린 소리 내지 않아도 통해요

기린은 산고의 고통을 느끼면서도 소리를 내지 않는다. 사진은 지난 7월 미국 LA동물원에서 태어난 아기 기린과 그 어미. AP 연합뉴스
기린은 산고의 고통을 느끼면서도 소리를 내지 않는다. 사진은 지난 7월 미국 LA동물원에서 태어난 아기 기린과 그 어미. AP 연합뉴스

하지만 평생 소리라는 걸 들을 수가 없는 동물도 있는 데 아마 기린이 해당될 것이다. 이들은 키가 커서 눈으로 대화를 한다고 하기도 하고 자기들만 듣는 저주파 음을 낸다고도 하는데 산고의 고통 때도 갓 태어난 새끼도 우는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코끼리는 소리 말고도 저주파를, 돌고래·박쥐들은 초음파를 이용하여 먼 거리에서도 먹이 추적 및 의사전달이 가능하다고 한다. 사람 귀로는 들을 수 없지만 박쥐 사에 가면 왠지 시끄러운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들지만. 큰뱀이나 악어 같은 파충류들은 목소리는 없지만 거친 숨소리를 이용해 위협하는 매우 날카로운 소리를 낸다.

동물 세계에선 ‘말보다 행동’

동물들의 울음은 위협, 경고, 구애, 기쁨과 공포 등의 의사 표현 수단이다. 아주 가끔은 그저 무료해서 혹은 목을 풀려고 잠시 질러대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동물들의 언어전달 체계를 모두 알 순 없지만 일단은 사람보다는 훨씬 말수가 적다는 것, 그리고 언어전달 방식이 소리 이외에도 좀 더 다양하다는 것 등은 맞는 것 같다. 

동물들의 언어가 사람에 비해서 꽤 단조로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은 말이나 생각보다는 행동 우선이다. 사바나에서 누군가 뛰기 시작하면 무작정 따라 뛰고, 누가 먼저 악어가 득실대는 강에 뛰어들면 신호라도 보낸 듯 모두 한꺼번에 뛰어들어 위험을 줄인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말수가 적으면 괜히 심각한 오해를 받는 경우가 있지만 동물들 사회에서는 오히려 그것이 미덕으로 통한다.

글ㆍ사진 최종욱 야생동물 수의사

(‘아파트에서 기린을 만난다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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