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 뒷통수 친 양돈업자에 분노
피해 주민들 대책 마련 등 항의
도, 공식자리서 재발방지 약속
제주도가 도민들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일부 양돈농가들이 제주도민들의 생명수인 지하수가 생성되는 통로인 ‘숨골’에다 축산분뇨를 수년째 버려온 것에 대해 미흡하게 대처한 것을 인정한 셈이다. 도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식의 재발방지 대책도 함께 쏟아냈다.
13일 오전 제주도청 기자실을 찾은 전성태 행정부지사와 김양보 환경보전국장, 문경진 제주시부시장, 나승권 자치경찰단장, 김경원 도 축산과장은 돼지 분뇨 무단 배출 사건과 관련해 도민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도는 이날 분뇨를 무단 배출한 양돈장 2곳에 대한 배출시설 허가를 취소해 사실상 폐업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또 도내 모든 양돈농가를 통해 사육두수와 분뇨처리실태 등을 전수조사할 계획이다.
도는 또 축산분뇨를 무단으로 배출해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행위에 대해서는 1차 적발시 배출시설 허가를 취소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키로 하는 등의 대책을 제시했다.
돼지 분뇨를 무단 배출한 양돈장들이 들어선 제주시 한림읍 지역주민들은 물론 도민들의 분노가 커져가자 도는 부랴부랴 대책을 꺼내놓으면서 재발방지를 약속한 것이다. 제주자치경찰은 7일 수년간 8,500t이 넘는 돼지 분뇨를 용암동굴과 숨골에 몰래 배출한 혐의로 양돈업자 2명을 구속했다.
그동안 도가 매년 가축분뇨 처리와 악취 저감에 100억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고, 양돈농가들에게 각종 지원정책을 펼쳐왔지만 정작 농가들은 뒤로는 축산분뇨 수천톤을 몰래 버려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도의 무능한 행정에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앞서 지난달 29일 제주시 한림읍 지역주민들은 “농가는 보조금 콸콸, 지하수는 똥물 콸콸”, “업자는 돈냄새, 읍민은 똥냄새”, “돼지는 문 열고, 사람은 문 닫고” 등의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한림읍사무소 앞에서 항의집회를 가졌다. 수십년간 양돈농가에사 발생한 악취에 시달려 온 주민들이 식수원이 지하수까지 오염시킨 양돈농가들의 비양심적 행위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또 한림읍이장단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축산악취 및 폐수문단방류 근절을 위한 투쟁위원회는 11일 주민 3,000여명의 서명을 받은 ‘축산악취와 환경오염방지를 위한 한림읍민 항의서’를 원희룡 제주지사에 전달하면서 강하게 항의했다.
이들은 “지난 수십 년간 지역주민은 축산악취와 환경오염으로 고통 받았지만 행정당국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뒤로 한 채 소극적으로 민원을 해결해 오늘의 사태를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소송단을 구성해 직접적인 피해에 대한 배ㆍ보상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주참여환경연대도 논평을 통해 “제주도정이 이번 사태의 주범”이라고 지적하면서 도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들은 이어 “이번에 적발된 무단방류의 내용을 보면 한두번 방류한 것이 아니라 장기간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다는 점에서 매우 오랫동안 쌓여온 문제가 터진 것”이라며 “결국 축산폐수를 관리하는 제주도의 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 아닌지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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