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 고교 전국수석 클라리세씨
가정 형편상 대학 포기할 뻔
홍덕률 대구대 총장 지원으로
아프리카 도시개발 전문가 꿈 키워
“총장님은 스승이기도 하고 아빠이기도 해요.”
아프리카 르완다 출신으로, 고교 시절 전국 수석을 했던 우와마호로 클라리세(20^여)씨에게 홍덕률(59) 대구대 총장은 스승이자 친구, 때로는 아빠다. 경북 경산에 위치한 대구대 유학생이 된 이 여학생은 홍 총장의 전격적인 도움으로 이 학교에서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아프리카 도시개발 전문가의 꿈을 키우고 있다.
클라리세와 홍 총장은 지난해 8월 초 르완다 세계선교학교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아프리카 정부기관 및 대학과 협력관계를 다지기 위해 르완다와 탄자니아를 방문했던 홍 총장은 클라리세의 딱한 사연에 가슴이 먹먹했다. 클라리세는 고등학교에서 전국 수석을 차지할 정도로 재원이었지만 2남 5녀 7남매의 막내인 데다 70대에 무직인 아버지와 작은 식료품 가게를 하는 어머니의 가정 형편상 대학진학은 꿈도 꾸지 못할 형편이었다.
“수줍음 많은 여학생의 사연을 듣다 보니 힘들게 공부했던 어린 시절이 떠올라 눈시울이 뜨거워졌다”는 홍 총장은 “마침 아프리카 학생들의 한국 유학과 대구대 학생들의 현지 유학을 위해 협력을 강화하던 터라 클라리세에게 학업의 기회를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클라리세는 1년 전인 지난해 9월 대구대 전액 장학생으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학부 입학 전 대학 내 한국어교육센터에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꿈 같다”는 클라리세는 우리말을 모르는 유학생들에게 보통 1년 걸리는 어학연수과정을 6개월에 끝내 버렸다.
올 1학기 대구대 도시지역계획학과 신입생으로 입학한 클라리세는 “아프리카는 무엇보다 도시계획 분야의 수요가 높고 전망도 좋아서 선택했다”며 “뜻하지 않게 한국 유학의 기회를 얻게 됐는데 르완다의 발전을 위해 쓰고 싶다”고 포부를 내비쳤다.
“한국에 온 지 1년을 꼬박 넘겼지만 언제 르완다에 갈지 기약 없다”는 클라리세는 “아빠 엄마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소식을 주고받고, 대구대로 유학온 같은 학과의 미리암과 룸메이트인 엘리나 등 르완다 친구들과 고향 얘기로 향수를 달랜다”고 귀띔했다.
평소 SNS를 통해 클라리세의 한국생활을 꿰뚫고 있던 홍 총장은 이달 초 클라리세에게 점심도 사 주며 아빠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외국인 학생들은 보통 향이 강한 된장을 기피하지만 클라리세가 즐겨 찾는 한국음식 1호는 된장국이다. 클라리세는 “르완다에서는 카사바 나무 잎을 죽처럼 만든 ‘이솜베’를 좋아했는데 한국 와서는 된장이 입맛을 사로잡았다”고 말했다.
클라리세는 대구대 르완다 학생의 모임인 ‘이토레로 우무쵸’에도 참가, 전통 춤과 노래로 공연도 펼치고 있다. 지난 5월 대학 내 ‘르완다 문화의 날’ 행사 때 처음 결성된 이 공연단은 ‘빛이 되는 모임’이란 뜻이다. 경산지역 아프리카 출신 학생들의 ‘카프리카’(KOREA ♡ AFRICA)와 함께 대구대를 대표하는 문화공연단이 되는 것이 목표다.
아프리카에 대한 애정으로 교육부 주관 대학특성화사업에서 ‘아프리카 도시개발 전문가 양성사업단’에 선정된 대구대는 지난 5월에는 교내에 ‘아프리카 라운지’를 여는 등 국내 아프리카 유학생의 사랑방이 되고 있다.
홍 총장은 “지구 반 바퀴를 날아와 공부하고 있는 아프리카 유학생들은 쉽게 고국을 다녀오지도 못한다”며 “클라리세 등 유학생들이 건강하게 지내며 공부할 수 있도록 세심히 챙기겠다”고 말했다.
경산=전준호 기자 jhju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