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간 국토 균형발전과 혁신 창출ㆍ확산이라는 혁신도시의 두 가지 목표 중 공공기관 입지와 인구 이동을 통한 물리적 이전만 마무리된 상태다. 이제 혁신도시를 국가 혁신의 구심점으로 만드는 질적 변화가 필요한 때다.”
12일 혁신도시 포럼 1세션 ‘갈 길 먼 혁신도시’ 주제 발표자로 나선 남영숙 세계도시전자정부협의체(WeGOㆍ위고) 사무총장(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은 혁신도시의 발전 조건으로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과 기업, 대학, 지방자치단체 등 혁신 주체가 강력하게 연결된 혁신 생태계 구축”을 들었다.
우리나라 혁신도시를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공공기관의 대규모 지방 분산 배치를 통해 조성한 창의적 발상”이라고 평가한 남 사무총장은 혁신도시 조성 성과로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이 85%에서 35%로 줄고, 지방세 수입 증가로 지자체 재정 자립도가 개선된 점을 들었다. 그는 또 “공공기관 이전 지역 인재 채용률이 완만하게나마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에 따른 생산성 저하와 업무 비효율, 정주 환경 부족, 정부 지자체의 비전 부재, 원도심 공동화 문제 등을 혁신도시의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따라서 남 사무총장은 성공적인 외국 혁신도시 조성 사례를 들어 해법을 찾고자 했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 혁신도시 조성 사업의 모델이 된 프랑스 소피아 앙티폴리스, 스웨덴 시스타, 핀란드 오울루의 예를 들어 혁신도시 조성의 성공 조건을 제시했다. “이들 세 도시는 상당히 오랜 기간에 걸쳐 발전해 왔고, 지방분권화를 통해 권한과 기능을 가진 지방정부가 리더십을 갖고 사업을 추진했으며 강력한 산학연관 협력 네트워크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프랑스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소피아 앙티폴리스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주도 하에 계획적으로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조성됐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혁신도시 사례와 가장 유사하다. 하지만 공공기관 이전과 대학 설립이 1960년대부터 시작돼 30여년에 걸쳐 이뤄졌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혁신도시와 차이가 있다.
스웨덴 정부가 통신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1990년대 조성한 시스타는 에릭슨이 입주해 선도기업 역할을 했고 일렉트룸이라는 산학연관 협력기구를 만든 게 성공하는 과정에 도움이 됐다.
남 사무총장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덴마크 코펜하겐 등 최근 부상하는 혁신도시 사례도 소개했다. 육아 환경 개선에 힘을 기울여 ‘아이 키우기 쉬운 도시’라는 인식이 퍼진 코펜하겐처럼 ‘살고 일하고 놀고 싶은’ 정주환경 구축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특히 그는 이들 도시 사례를 들어 “초연결성을 특징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도시가 혁신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섬처럼 존재하는 혁신도시는 진정한 혁신도시가 되기 어렵다”며 “국내 혁신도시들이 서로 연결돼 혁신 네트워크를 이루는 미래형 혁신도시를 육성해 이를 지속적인 국가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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