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ㆍ보수층 비판 의식한 듯
“동성애 사회적으로 의견 대립”
양심적 병역 거부도 사실상 반대
‘판사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
대법관 제청 등 인사권 행사 때
대법원장 개입 최소화 추진도
역대 대법원장과 비교했을 때 진보 색채가 가장 강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정작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양심적 병역거부ㆍ동성애 등 진보진영이 이슈화 하고 있는 정치ㆍ사회문제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과거 자신이 법외노조 통보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줬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해서도 ‘법외노조가 노조 명칭을 쓰는 건 위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 후보자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야당과 보수층의 강한 비판을 의식한 듯 논쟁적인 현안과 관련해 평소 자신의 소신과 차이를 보였다. “동성애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는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 질문에 김 후보자는 “사회적 논의가 많고 또 많은 의견 대립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특별히 공부를 하거나 생각해본 일이 없다”고 철저하게 선을 긋는 모습이었다. 앞서 국회 청문위원들에게 낸 서면답변서에서는 ‘동성애자 및 성소수자 인권도 우리가 보호해야 할 중요한 가치’라고 밝혔었다. 나아가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와 관련한 입장을 묻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대해서도 “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로 해석하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사실상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다만 대체복무제도가 잘 운영되고 있는 해외 사례를 언급하면서 ‘입법을 통한 해결’이라는 여지는 남겼다.
김 후보자는 “법외 노조인 전교조가 노동조합 명칭을 쓰는 것이 위법 아니냐”는 전 의원의 추궁에 김 후보자는 “위법”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2015년 11월 서울고법 행정10부 재판장 당시 전교조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낸 ‘법외노조 통보 처분 효력정지 신청’의 파기환송심을 맡아,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와 달리 전교조 손을 들어줬다.
김 후보자는 사법 개혁에 대한 의지만큼은 강하게 피력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의원이 “관행상 대법원장이 대법관 제청권을 행사할 때 청와대와 사전 조율을 하는 등 독립성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고 하자 김 후보자는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개인에 부여된 게 아니고 삼권 분립과 국민을 위해 부여된 권한이기 때문에 다른 의견을 충분히 듣고 자의가 개입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논의 과정에 일절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선 “모든 내용을 다시 살피겠다”며 양승태 대법원장과 차별화된 행보를 예고했다.
판결 문제에 대해선 사법부를 옹호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유죄 판결과 관련해 추미애 대표 등 여당 일각의 비판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결과는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 등과 관련된 피의자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영장전담판사에게 제기된 비난에 대해서도 “개개 법관의 판단을 존중하고 헌법 정신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의견 표명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청문회 과정에서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등 도덕성과 관련해서는 뚜렷한 쟁점이 부각되지 않았다. 여당인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사청문회 단골메뉴가 도덕성 검증인데, 오늘은 문제제기가 없었다”며 오히려 부동산 투기 사실이 있냐고 물을 정도였다. 김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와 위장전입, 세금탈루, 논문표절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국회는 13일에도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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