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을 하다 지루해지면 평소 마셔보고 싶었던 싱글몰트 위스키 한잔을 들이킨다. 시간이 없어 닦지 못한 구두나 갈지 못했던 신발 뒷굽도 백화점에선 언제든 해결할 수 있다. 양복 정장을 고르다 아예 옷과 어울리는 헤어스타일로 바꾸고 싶다면 매장 내 ‘바버샵’을 이용하면 된다.
자신을 꾸미는 ‘4050 아재’들이 유통가의 큰 손으로 떠오르면서 이들을 잡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남성 고객 모시기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은 백화점 업계다. 멋쟁이 신사들이 지갑을 열만한 아이템을 가장 많이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은 국내 백화점 중 최초로 지난 2014년 본점 7층 전체를 남성 관련 제품만 판매하는 전문관으로 꾸몄다. 이곳에서는 남성들의 기호에 맞춰 위스키를 맛 보거나 유명 외제차를 살펴 볼 수 있는 다양한 팝업 스토어를 정기적으로 연다. 또 구두 매장에서는 시간이 없어 구두 손질을 못했던 남성 고객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 ‘클럽모나코’ 브랜드 매장 내부에는 남성 전용 미용실인 바버샵이 입점돼 있다. 이발 뿐 아니라 면도 등 ‘아재 고객’들을 위한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백화점에는 ‘남자들을 위한 행복한 놀이터’라는 콘셉트의 ‘맨즈 아지트’ 매장이 있다. 본점과 강남점에 입점한 이 매장은 남자들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다양한 제품을 판매한다. 이곳을 방문하면 직접 카메라 촬영을 할 수 있고, 드론도 직접 조종해 볼 수 있다. 모형 자동차, 프라모델, 피규어 등 다양한 취미 제품들도 남성 고객을 유혹한다.
현대백화점도 판교점에 남성 전문관인 ‘멘즈관’을 운영하고 있다. 멘즈관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남성 패션의 모든 것을 한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게 한다’는 목표로 문을 열었다. 아재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공간이 멘즈관의 가장 큰 장점이다. 자전거를 튜닝 하거나 관련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는 편집 매장, 피규어 등을 전시 판매하는 공간도 마련돼 있어 아재들 발길이 몰린다.
생활 용품을 주로 판매하는 대형마트에게도 아재들은 ‘귀한 손님’이다. 이마트는 체험형 가전 라이프 전문점 ‘일렉트로마트’를 열고 아재 공략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 매장에선 가전제품뿐 아니라 남성 패션, 남성 화장품, 캠핑 용품, 수제맥주, 스크린야구 등을 구매하거나 체험할 수 있다. 아내가 장을 보는 동안 남편들은 일렉트로마트에 몰리면서 이 매장의 지난해 남성 고객 비중은 32%로, 이마트보다 5% 가량 많았다.
아재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아예 인수합병(M&A)에 나선 기업도 있다. CJ오쇼핑은 ‘남심(男心) 취향저격’ 상품 판매로 유명한 온라인쇼핑몰 ‘펀샵(FUNSHOP)’을 운영하는 아트웍스코리아의 지분 70%를 지난 5월 인수했다. 펀샵은 ‘어른들을 위한 장난감 가게’를 표방하며 다양한 남성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몰이다.
CJ오쇼핑 관계자는 “30~50대 여성이 주요 고객층인 CJ오쇼핑과 달리 펀샵 전체 회원의 70%는 30~50대 남성으로 구성돼 있다”며 “이번 기업 인수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남성 고객층을 확보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