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생산공장 매각 핵심으로
최대 7000억대 마련 계획 제출
현지은행 1900억 빚 연내 만기
연장 가능성 희박 ‘발등의 불’
문 정부 첫 구조조정 될지 주목
더블스타 계약해제합의서 보내와… 매각 최종 무산
금호타이어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12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제출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내용 보강 등을 이유로 반려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날 “박 회장이 제출한 자구안은 주주협의회가 열리기 전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며 “다만 계획안에 채권단이 원하는 내용들이 상당 부분 빠져 있어 보강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그 동안 자구안 내용이 미흡하면 박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의 해임을 검토하겠다고 압박해 왔다. 이에 따라 금호타이어가 문재인 정부의 첫 구조조정 대상이 될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 회장은 이날 채권단에 최대 7,000억원대 규모의 자구계획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공장 매각과 대우건설 지분(4.4%) 매각(약 1,300억원), 유상증자(2,000억원) 등으로 이 돈을 마련하겠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우선 현지 은행 빚으로만 3,160억원을 갚아야 해 채권단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턱없이 작거나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곧바로 보완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된다.
박 회장이 핵심으로 삼는 것은 중국 공장 매각이다. 금호타이어는 중국에 난징과 톈진, 창춘 등 생산공장 3곳과 판매법인 1곳을 두고 있다. 현재 중국 법인이 채권단에 갚아야 할 차입금은 4,500억원(4억달러), 중국 공상은행과 교통은행 등 현지 은행에 갚아야 할 차입금은 3,160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현지 은행 빚이다. 연내 만기가 돌아오는 것만 1,900억원이다. 자국기업인 더블스타가 이날 채권단에 주식매매계약서(SPA) 해제 합의서를 보내면서 매각이 최종 무산됐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로 한중 갈등이 극에 달한 만큼 현지은행이 만기를 연장해줄 가능성은 희박하다.
채권단 관계자는 “세부적으로 검토해야 하지만 중국 공장에 물려 있는 차입금이 7,000억원이 넘는데 공장을 팔아도 이 정도 가격이 안 나오면 나머지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단순히 ‘공장을 팔겠다’를 넘어서 좀 더 꼼꼼하게 실현 가능성 있는 답안을 가져오란 이야기다. 채권단의 또 다른 관계자는 “대우건설 지분은 채권단이 담보로 갖고 있는데 이걸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해지해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박 회장 측이 너무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일단 자구안을 재차 받겠다고 했지만 회의적인 기류가 더 강한 상황이다.
정치적 변수는 남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금호타이어 매각에 부정적이었던 데다 최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매각이 최선이 아닐 수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전날 금호타이어 구조조정 방향과 관련, “죽은 기업은 일자리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끌고 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노조와의 대화에서도 “정부의 부당한 지시에는 당당히 ‘노’라고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구안이 미흡할 경우 구조조정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