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에너지원인 핵융합발전은 지상에서 태양의 핵융합 반응을 구현하는 것이다. 핵분열과 달리 방사성 폐기물이 나오지 않고 안전하게 무한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지만 기술적인 어려움이 수두룩해 아직 어떤 나라도 상용화에 도달하지 못했다.
우리나라와 미국, 유럽연합(EU) 등 7개국이 힘을 모아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를 건설 중인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ITER 초기 운전을 위한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 미래 핵융합발전을 위한 어려운 고비 하나를 극복한 것이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한국형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가 플라즈마(고체 액체 기체를 넘어선 물질의 제4의 상태) 경계면의 불안정(ELM) 현상을 장시간 제어하는데 성공했다고 12일 밝혔다.
ITER 완공 뒤 본격적인 핵융합 연구에 들어가기 위해선 초기 운전단계에서 플라즈마 모양, 성능, 장시간 유지, ELM 제어의 4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런 기반 위에서 ITER의 운전목표인 에너지 증폭율(Q) 10을 달성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
이중 ELM은 핵융합로 안에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초고온의 플라즈마와 외부 간 압력 및 온도 차이로 발생한다. 플라즈마 가장자리를 갑자기 풍선처럼 터지게 해 핵융합로 내부가 손상되고 안정적으로 플라즈마를 유지하는 것을 방해한다. 특히 ITER 같은 대형 핵융합로는 파손을 막기 위해 반드시 ELM을 제어해야 한다. 전 세계 전문가들이 연구를 해왔지만 아직까지 ELM 제어와 장시간 운전의 2가지 조건을 나머지 2가지 조건과 동시에 충족하지 못했다.
반면 핵융합연구소는 올해 KSTAR 실험을 통해 ITER가 요구하는 플라즈마 형상 및 성능 조건을 유지하며 34초간 ELM을 완벽하게 제어했다. 기존 핵융합장치들이 3, 4초 제어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10배 정도 성능이 높은 셈이다.
KSTAR는 ITER와 동일하게 초전도자석을 사용하는 핵융합 장치인데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4가지 초기 운전조건을 모두 충족해 향후 ITER의 운전목표 달성에서도 앞서가게 됐다. KSTAR는 지난해 고성능 플라즈마(H-모드)를 70초간 유지해 세계 신기록을 세웠고, 올해는 이를 72초로 더 늘렸다. 또 핵융합에 필요한 플라즈마 이온 온도를 7,000만도까지 올리는 데도 성공했다.
올해 실험을 마친 핵융합연구소는 KSTAR에 새로 추가할 중성입자빔가열장치(NBI-Ⅱ) 개발과 설치를 진행 중이다. 이 장치가 갖춰지는 2019년에는 플라즈마 온도를 1억도 이상으로 높여 새로운 차원의 핵융합 실험이 가능해진다. 핵융합연구소 김기만 소장은 “KSTAR를 통해 미래 핵융합로 운전에 필요한 핵심 기술 확보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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