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재판 직후 감정 격해져
정유라 증언 증거제출이 영향
눈길 한 번 안 건네던 박 전 대통령도
씁쓸하게 40년 지기 쳐다봐
뇌물죄 등 혐의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가 재판 도중 갑자기 크게 울음을 터트려 재판이 중단됐다. 최씨 측 변호인은 최씨가 딸 정유라씨 안위를 걱정하는 마음에 감정이 격해졌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12일 오후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재판이 시작된 직후 최씨가 갑자기 피고인석에서 고개를 숙이고 울기 시작했다. 최씨 변호인이 “최씨가 좀 힘들어 해서 잠시 안정을 취해야 할 것 같다”고 재판부에 요청하자 아예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결국 재판부는 재판 시작 5분만에 휴정을 선언했고 최씨는 소리 내 울며 구치소 직원의 부축을 받아 퇴정했다. 재판이 진행된 4개월 동안 최씨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던 박 전 대통령도 이 날만큼은 감정적으로 무너진 ‘40년 지기’를 씁쓸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최씨 오열은 이날 오전 있었던 재판과 무관하지 않다. 오전에 검찰은 최씨 유죄를 입증할 증거로 딸 정유라씨 증인신문 조서를 제출했다. 최씨는 이와 관련해 오전 재판 말미에 발언 기회를 얻어 “검찰이 정유라를 새벽부터 데려갔다. 그 미성년자가 간접사실을 가지고 직접 사실처럼 얘기한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딸의 증언을 직접 반박하기도 했다.
20분 간 휴정이 끝난 뒤 최씨 측 변호인은 “저희 변호인들이 최근 정유라씨 변호인을 사임한 것과 관련해 정씨 안위도 그렇고, (정씨 신문조서가) 유죄증거로 제출되니 감정이 격해지고 몸이 많이 힘들어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씨와 정씨 변호를 함께 맡았던 변호인단은 정씨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등 단독 행동을 하자 최근 사임계를 제출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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