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앙금으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이 12일 신경전을 벌였다. 독립운동가이자 제헌의원을 지낸 대표적 신사 국회의원 백봉 라용균 선생 업적을 기리는 자리에서였다.
추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백봉정치문화교육연구원 개원식에서 “정치세력이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골목대장도 하지 않을 짓을 했다”고 야당을 비난했다. 그는 “주변에 도로가 없어 통행할 수 없는 땅을 ‘맹지’라고 하고 주위 토지에서 통행권을 인정해 길을 터준다”며 “맹지를 옆에 둔 인근 소유자조차도 길을 내주는 판에 국회가 헌법기관의 권한을 갖고 있다는 당당함을 내세워 국민의 뜻을 외면하고 헌재소장 자리를 날려버린 것은 염치가 없는 소행”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 대표는 또 품격 있는 국회의원에게 수여하는 백봉신사상을 언급하며 “제발 백봉 선생님의 이름을 팔고 신사인 척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추 대표의 축사 도중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자리를 떴다. 주요 정당 지도부가 참석하는 이날 행사의 연설은 당초 추 대표 일정에 없었으나 막판에 급히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추 대표는 축사를 마친 뒤 야당 의원들과는 인사도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나 추 대표가 작심하고 쓴소리를 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추 대표에 이어 단상에 오른 박 의원은 “집권여당 대표가 저렇게 야당을 송두리째 짓밟아버리고 화풀이를 하면 협치가 되겠느냐”고 응수했다. 그는 “이번 부결은 오만의 극치에 있는 문 대통령에게 국민이 경종을 울린 것”이라며 “집권여당의 대표가 저렇게 야단을 치면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구나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정상원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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