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의 마음을 조금 더 어루만져달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다.”
12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만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엄기호(70) 목사는 종교인 과세 문제에 대해 여전히 불편한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종교행위에 자꾸 법적 잣대를 들이대면 선의의 행동들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납세 의무를 지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게 아니라 세칙 등을 좀 더 보완하는 시간을 갖자는 차원”이라 주장했다. 이어 “자꾸 종교기관에 사회의 제도적 절차들을 끌어들이게 되면 이단적인 단체들이 기존 교회를 흔들기 위해 세무사찰을 악용하거나, 교회 내에 노조가 생긴다든지 하는 일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내년 초 시작할 종교인 과세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이들은 한기총으로 대표되는 보수 개신교 외엔 없다. 엄 회장은 14일 김동연 경제부총리와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다. 그는 “종교계의 우려를 있는 그대로 잘 전달하겠다”고 했다.
엄 회장은 등록교인 1만명 정도인 경기 광주 성령교회를 이끌고 있다. 그 자신은 소득세를 내고 있다. 엄 회장은 “1983년 성남에서 교회를 시작했을 때부터 내기 시작했고, 지금 우리 교회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이 다 세금을 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