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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감 넘치는 고객 사랑방

입력
2017.09.1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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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원시절 영업점 창구에서 일하던 때는 매월 말 공과금 납부기일이면 객장은 고객으로 가득 찼다. 특히 농협은 명절이나 월말이 아니더라도 마을 주민의 계모임 장소, 동네 소식을 전하는 사랑방 등으로 늘 사람들로 붐볐다.

요즘은 공과금 납부기일에도 창구 앞의 긴 줄을 찾아볼 수 없다. 컴퓨터를 켜거나 스마트폰을 통해 손가락 몇 번 움직이면 그만이다. 인터넷과 모바일 뱅킹, 간편 송금 서비스, 스마트고지서 등을 통해 은행 창구를 찾지 않고도 대부분의 금융업무가 가능하다.

금융회사는 시대 흐름에 맞춰 핀테크에 투자하고 정보기술(IT)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인터넷 은행의 출범으로 변화는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비(非)대면으로 통장을 개설하고 돈을 송금하고 대출도 받고 카드도 만든다. 고객은 더 편리해졌고 은행은 보다 효율적 금융서비스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한편으론 동네 사랑방처럼 고객과 정감을 나누던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인터넷은행 시대에 은행은 어디서 고객을 만날 수 있을까? 요즘은 젊은 세대는 물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중ㆍ장년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일상을 공유한다. 나도 페이스북을 하고 있다. 일상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을 올려두면 연락이 닿지 않았던 반가운 얼굴들이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단다. 엄지 손가락과 하트 하나에 행복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어린아이처럼 기쁘고, 웃음이 절로 난다. 그 행복한 마음은 바쁜 일상에서 우리가 놓치고 그리워했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심과 애정, 소통의 감정일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인들이 SNS에 열광하는지도 모르겠다.

농협은행은 3년 전부터 공식 페이스북을 만들어 고객과 소통하고 있다. 최근에는 젊은층이 선호하는 인스타그램도 문을 열었다. 콘텐츠와 댓글 등을 들여다 보며 작은 칭찬에 미소 짓고 불만 섞인 의견에는 반성과 함께 개선방안을 고민하게 된다. 때론 진심 어린 따끔한 충고, 고민의 흔적과 애정이 담겨 있는 말씀을 들을 땐 감사한 마음에 가슴 뭉클하기까지 하다. ‘아~ 정말 내가 잘해야겠구나’하는 각오도 생긴다.

가끔은 우리 팔로워들의 계정에도 들어가 보곤 한다. 그들의 일상을 공유하노라면 영업점에서 만날 때와는 사뭇 다른 친밀감이 느껴진다. 은행장으로서 고객 한 분 한 분을 만날 기회가 적은 나에게는 얼마나 고마운 창구인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평소 하기 힘들었던 고객과의 소통도 활발히 한다. 극심한 봄 가뭄에는 해갈 기원 농업인 응원 이벤트를, 여름 휴가철에는 농ㆍ산ㆍ어촌 휴가지 정보 를, 류현진 선수가 부상에서 일어나 다시 우뚝 섰을 때는 힘든 시기를 이겨낸 사연을 공모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SNS를 통해 고객과 대화하고 감성을 공유한다.

인공지능(AI)ㆍ빅데이터ㆍ핀테크 등 금융은 나날이 새로워지고 있다. 하지만 소통과 감성의 공유가 없는 기술은 오래가지 못한다. SNS가 정치적으로 이용되거나 상업적으로 치우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인터넷은행의 시대에 SNS가 고객과 소통하고 정감을 나누는 따뜻한 공간으로 활용되길 기대한다.

이경섭 농협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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