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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리뷰]어떻게든 밀려오는 감동, '아이 캔 스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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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리뷰]어떻게든 밀려오는 감동, '아이 캔 스피크'

입력
2017.09.12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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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나문희, 이제훈이 '아이 캔 스피크'에서 호흡을 맞춘다. 리틀빅픽쳐스 제공
배우 나문희, 이제훈이 '아이 캔 스피크'에서 호흡을 맞춘다. 리틀빅픽쳐스 제공

※이 기사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역사 문제를 다루는 건 늘 조심스럽다. 역사를 담은 영화가 나올 때마다 '영화로만 본다면~' '역사로만 본다면~' 가정이 나오지만 둘 중 하나로만 본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개봉을 앞둔 '아이 캔 스피크'는 상업 영화와 역사 문제를 어떻게 결합해야 좋은지에 대한 하나의 예가 된다.

옥분(나문희 분)은 하루가 멀다 하고 명진구청에 민원을 접수하는 일명 '도깨비 할매'다. 20년 동안 접수한 민원이 무려 8000건에 달한다. 명진구청에 새로 발령난 9급 공무원 민재(이제훈 분)는 원칙대로 옥분의 민원을 처리하다 '영어를 가르쳐 달라'는 황당한 민원을 받게 된다.

처음에 민재는 이런 옥분의 요청을 거절했지만 옥분이 자신의 동생 영재(성유빈 분)를 챙겨주는 것을 알고 옥분의 영어 선생님이 된다. 옥분은 영어를 배우는 데 아주 열정적이다. 이후 민재는 옥분이 그토록 영어에 집착한 이유를 알게 된다. 옥분이 왜 그렇게 오지랖 넓게 살아왔는지, 왜 시장 바닥을 누비면서 사사건건 참견했는지 캐릭터에 대한 관객의 궁금증도 함께 해결된다.

이 영화가 위안부 피해자의 이야기임을 모르고 봤다면 더 큰 감동이 밀려왔겠지만, 제작사 및 배급사 측은 영화 홍보를 위해 소재를 오픈하기로 했다. 소재가 알려지면서 영화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진 게 사실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아이 캔 스피크'는 어떻게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담아냈나. 이 영화는 다분히 일상적인 시선으로 위안부 피해자를 조명한다. 역사 영화라면 예상할 법한 무겁고 거창한 스케일은 없다. '아이 캔 스피크'는 역사가 옥분이라는 한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주고 피해자들이 여전히 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제작사 영화사 시선 강지연 대표는 "'아이 캔 스피크'는 기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영화와 다른 시각으로 기획했다. 독특하면서도 생명력 넘치는 캐릭터를 통해 대중이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영화, 그러나 그 속에 깊이 숨겨진 진실을 통해 끝내 자리하는 묵직함으로 커다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영화로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영화는 초반 유려한 웃음 코드의 배치로 관객을 무장해제 시킨다. 나문희 만큼 이 영화에 잘 어울리는 배우가 또 있을까? 다른 배우들이 넘보지 못할 친숙함이 나문희의 무기다. 언론시사회에서 이제훈이 "나문희 선생님 덕분"이라며 연신 감사해 한 것도 십분 이해가 간다.

철저히 나문희를 위한, 나문희에 의한 영화이지만 이제훈은 더없이 나문희를 잘 받쳐주며 제 몫 이상을 해낸다. 초반 옥분을 부각시키는 코믹한 연기부터 후반 옥분의 조력자 역할까지. 민재는 옥분의 파트너로 손색이 없는 인물이다.

메가폰을 잡은 김현석 감독은 민감한 역사 문제를 어떻게 영화에 담아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역사의 상업적인 소비로 관객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다. 무리한 과거 회상으로 관객에게 아픔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감독은 관객이 이 역사를 알고 있다는 존중 아래 부드럽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아이 캔 스피크'는 유쾌하고 따뜻하다. 결말이 예상되는 건 흠이 아니다. 예상되는 이야기 속에서도 어떻게든 감동이 밀려온다. 그게 중요하다. 오는 21일 개봉.

강희정 기자 hjk07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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