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주식-채권서 5조원 이상 빠져
“지정학 리스크 등 탓 숨고르기”
지난달 초부터 국내 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5조원 이상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월 외국인은 상장주식 2조4,170억원, 상장채권 2조1,670억원 어치를 각각 순매도 했다. 총 4조5,840억원의 증권 투자금이 국내 금융시장을 빠져나간 셈이다. 외국인 투자가 순매도로 전환된 것은 올 들어 지난달이 처음이다.
외국인의 순매도 행렬은 이달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날 1,825억원 어치를 순매도한 것을 포함해 9월에만 6,886억원 어치를 순매도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7월 말부터 시작된 외국인 주식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작년 말부터 계속되던 순매수 흐름이 순매도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 현재 외국인이 보유한 증권 잔고는 700조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종류별로는 상장 주식이 596조2,000억원(시가총액의 33.2%), 상장 채권이 104조4,000억원(6.3%)이었다. 지역별로는 미국(8,000억원)과 아시아(6,000억원), 유럽(4,000억원), 중동(430억원) 지역 모두 주식에서 순매도세를 보였다. 채권은 중동(7,000억원 순매수)을 뺀 유럽(1조6,000억원)과 미주(1조1,000억원) 등이 순매도를 나타냈다. 국가별로는 미국(8,000억원), 싱가포르(5,000억원), 영국(4,000억원) 등의 순으로 지난달 순매도 규모가 많았다. 캐나다와 스웨덴은 각각 2,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를 지역별로 구분했을 때 미국(246조7,000억원)의 비중이 41.4%로 가장 컸고 유럽(169조6,000억원ㆍ28.4%), 아시아(74조원ㆍ12.4%), 중동(24조9,000억원ㆍ4.2%)이 그 뒤를 이었다. 채권의 경우, 지난달 중 매수우위에도 만기상환의 영향으로 순매도로 전환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올 들어 지속적인 순매수로 주가상승을 견인하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고점 논란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부딪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고 분석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보통신(IT)과 반도체 업종의 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는 판단에 따라 최근 외국인들의 차익실현 매물이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북한 핵 위협 등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부각되자 수급에 공백이 생기면서 조정장이 만들어졌다”며 “특히 통신, 자동차, 소매, 조선업종의 매도세가 강했다”고 분석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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