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해 끼칠까 두려워 범행 고려”
흉기로 위협하는 등 폭력을 행사한 남편을 살해하려 한 50대 피고인에게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안종화)는 지난 6일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기진 A(56ㆍ여)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범행수법 등에 비추어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면서 “피해자가 자신과 아들에게 해를 끼칠 것이 두려워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범행이 다행히 미수에 그친 점, 피고인이 지속적인 가정폭력을 당한 점, 자수하고 반성하는 점, 피해자와 합의한 점, 형사처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5월 1994년 행방불명 돼 이혼한 남편 B(56)씨와 길에서 우연히 만났다. 집을 나간 지 23년만이었다. A씨는 아들을 생각해 집에서 B씨와 함께 지냈지만, B씨는 남자관계를 의심하면서 A씨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A씨는 B씨가 행방불명되기 전부터 폭력에 시달렸다. 급기야 B씨는 A씨의 멱살을 잡고 흉기로 위협, 특수협박 혐의로 입건되기도 했다.
공포에 떨던 A씨는 자신과 아들이 해를 입을까 두려워 결국 B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이후 지난 7월 6일 새벽 술에 취해 잠이 든 B씨의 손과 발을 천 조각으로 묶은 뒤 얼굴에 뜨거운 물을 부었다. B씨가 화들짝 놀라 일어나자 A씨는 냄비로 내려친 뒤 집 밖으로 도망갔다. A씨는 바로 경찰에 자수했고, 경찰은 A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입건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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