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 본연 역할 소홀했다”
사회적 책임 공시 확대 방침도
정책ㆍ감독ㆍ소비자보호 기능 분리
감독기구 개편작업 속도 낼 듯
금융위와 주도권 싸움도 예상
최흥식(65)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11일 취임 일성으로 “소비자 중심의 금융 감독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원장 직속 자문기구로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설치하고 ‘민원ㆍ분쟁 조기경보시스템’도 도입하기로 했다. 문재인표 금융개혁의 신호탄이 될 지 주목된다.
최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취임식을 갖고 “외환위기 이후 금융산업이 대형화 경쟁과 수익성 제고에 치중하며 금융 본연의 역할에 소홀했고 사고 및 불합리한 관행이 끊이지 않으며 국민의 신뢰도 높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초심으로 돌아가 “건전성 감독과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금융소비자 보호를 유기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최 원장은 20년 전 외환위기 당시 통합 금융감독기구 설계에도 참여한 바 있다.
신임 원장의 지시로 설치되는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에서는 주요 감독 제도를 시행하기 전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제도가 적정한 지를 중점 심의할 계획이다. 민원ㆍ분쟁 조기경보시스템은 민원유발 상품과 불완전판매 유형 등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감독 및 검사와 연계하기 위해 도입된다.
최 원장은 또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한 기업이 인정받도록 공시 범위를 확대하겠다”며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 관련 공시’ 확대 방침을 제시하기도 했다. 저출산 대응, 환경보호, 노사관계 등 사안도 공시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당장 시장에서 이를 ‘공시 의무화’로 해석해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반발이 나오자 금감원은 “자율 공시를 논의중이며 아직 구체안이 정해진 바 없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최 원장이 취임함에 따라 수면 아래 있던 ‘감독기구개편’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으로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금융소비자보호 기능의 분리를 내세웠다. 최 원장도 학자 시절 “관치금융 청산이 시급하다”며 “금융건전성을 위해 시장 감독은 공적 임무를 부여 받은 민간기구가 맡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금융위의 정책기능을 기획재정부로 통합하고 감독 기능은 금감원에 넘기는 게 골자다. 이 경우 금감원의 권한은 커지는 반면 금융위의 해체는 불가피해진다. 취임사에 당국과의 협력 관련 언급이 전혀 없는 것도 이러한 미묘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취임하자마자 원장 직속의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한 것도 조직 개편을 염두에 둔 행보란 시각이 많다. 금감원에서 소비자보호 기능을 떼어내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립하는 방안이 나오고 있는 만큼 주도권을 금감원이 쥐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금융위는 지난 7월부터 최종구 위원장 직속으로 ‘조직혁신기획단’을 가동, ‘셀프개혁’에 나선 상황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금융위가 해체되면 정책기능을 수행한 부문은 세종으로 내려가야 하고 감독기능을 수행한 사람들은 공무원 옷을 벗고 금감원으로 가야 해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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