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의회와 전교조세종지부ㆍ시민단체가 ‘세종시 방과후학교 조례’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법적 해석을 내놓으며 첨예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시민단체 측은 조례를 폐기하고 새로 제정하라고 요구하는 반면, 시의회 측은 기존의 조례를 보완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맞서고 있다.
전교조세종지부와 세종교육희망네트워크 등 4개 단체가 참여한 세종교육시민연대(교육연대)는 최근 성명을 통해 ‘세종시 교육청 방과후학교 운영 및 지원에 관한 조례(방과후조례)’를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이 조례는 전국 17개 시ㆍ도 가운데 최초로 지난 6월 제정됐다. 조례에는 ▦교육감과 학교장의 책무 ▦기본계획 수립 사항 ▦운영 및 지원 ▦프로그램 설치ㆍ운영 ▦강사 선정과 강사료 지급, 수강료 등 ▦지원센터 운영에 관한 사항 등이 담겨 있다.
조례는 교육감이 기본계획을 수립하면, 이를 바탕으로 일선 학교장이 연간 운영계획을 수립해 학교교육계획에 반영토록 했다. 학교장과 교원에게 방과후학교에 대한 의무를 부여한 것이다.
교육연대는 이 조례가 상위 법률에 아무 근거가 없어 법률유보 원칙에 반한 위법이고, 학교장에게 방과후학교 운영을 일률적으로 강제해 법령이 부여하는 재량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의회가 교육청과 학교장의 ‘책무성’이라는 말로 책임을 한정한 탓에 공동의 책임이나 협의할 여지를 없애버려 방과후학교를 교육청 예산만으로 감당하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도 했다. 이해 당사자인 교사, 학부모 등과 충분한 협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따졌다.
교육연대는 따라서 조례를 폐기하고 시와 시 교육청, 교육시민단체, 마을공동체가 참가하는 ‘공동체(마을)+교육협의체’를 구성해 조례안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전교조세종지부는 지난달 중순 교육연대와 사실상 같은 입장을 내놓으며 조례 폐기를 요구했다.
교육연대 관계자는 “제정된 방과후조례는 교육청과 학교, 교원에 한정돼 세종시 등 지역사회가 참여할 여지가 없다”며 “현재 조례를 폐기하고, 지역사회가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조례를 다시 제정하는 게 정답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의회는 고문변호사와 입법고문의 자문 결과 방과후조례는 적법하다며 조례 폐기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의회는 방과후조례가 규율한 교육감과 학교장, 교원 등 교육공무원은 ‘지방자치법’에서 말하는 주민에 해당하지 않아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더불어 조례 6조 1항에서 학교장의 자율권을 보장하는 만큼 법률우위원칙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조항에는 ‘방과후학교는 학교의 여건과 학생ㆍ학부모의 요구를 고려해 학교운영위 심의를 거쳐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운영한다’라고 규정이 담겨 있다. 시의회는 지난해 3월부터 5차례나 시교육청과의 협의를 갖는 등 조례 제정을 위한 여러 과정을 거쳤다며 조례 폐기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시의회는 다만 지역사회가 방과후학교에 대해 공동의 책임의식을 갖고 참여하는 것에는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제정한 조례를 폐기하는 대신 시행 과정에서 나오는 문제점과 개선점에 대해 시교육청, 시, 시민, 교사, 학부모, 학생과 방과후학교 강사 등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해 반영할 방침이다.
방과후조례를 최초 발의한 시의회 박영송(조치원읍) 의원은 “학생의 돌봄 사회화 구현을 위해 시청, 교육청, 지역사회 간 교육협력체제 구축은 필요하다”며 “이해당사자와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조례를 개정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측의 엇갈린 입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직접 이해당사자인 시 교육청은 방과후조례 문제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양새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아직까지 조례의 존폐에 대해 입장을 정리하진 못했다”며 “법률 자문 등을 거쳐 조만간 조례의 존폐 등과 관련해 판단을 내린 뒤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