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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 안 끝났다” 허리케인 ‘어마’ 지난 자리에 폭풍해일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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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 안 끝났다” 허리케인 ‘어마’ 지난 자리에 폭풍해일 경고

입력
2017.09.1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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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플로리다 4명 등 사망자 31명, 단전ㆍ단수 고통

카리브해 지역도 피해 상황 처참… “주민들 ‘워킹데드’의 좀비 같다”

어마 ‘열대 폭풍’으로 약해졌지만 해수면 상승 등 안심 일러

10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한 트럭이 허리케인 어마의 강한 비바람을 못 이겨 도로에 나뒹굴고 있다. EPA=연합뉴스
10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한 트럭이 허리케인 어마의 강한 비바람을 못 이겨 도로에 나뒹굴고 있다. EPA=연합뉴스

카리브해 섬들을 초토화한 허리케인 ‘어마(Irma)’가 미국 본토인 플로리다주를 휩쓸며 북상하고 있다. 10일 오전 9시10분(현지시간) 4등급 상태로 플로리다주 남부 키스제도에 1차 상륙한 뒤, 잠시 해상으로 빠져나간 어마는 같은 날 오후 3시35분쯤 3등급으로 세력이 약화돼 남서부 해안에 재상륙했다. 그 사이 최소 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수백만 가구는 ‘블랙 아웃’(대규모 정전)에 빠지거나 물 공급이 끊긴 채로 하룻밤을 보내야 했다. 하루 만인 11일 오전 1등급보다 약한 ‘열대폭풍’으로 위세가 꺾였지만, 미국은 폭풍해일(storm surge)이나 토네이도 등 어마가 불러올 ‘진정한 재앙’은 이제부터 시작될지 모른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APㆍAFP 통신 등에 따르면 어마가 덮친 10일 오후 8시 플로리다주 남동부를 중심으로 330만여 가구 또는 사업체에서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인원으로 따지면 최소 500만명 이상이 재난 대응을 위한 정보를 TV나 휴대폰으로 접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현지에 있던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의 한 기자는 “호텔 로비는 땀냄새로 진동했고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사람들은 폐소공포증 환자가 되어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날 밤 단수 피해를 입은 주민들도 약 25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시속 228㎞(142마일)에 달하는 강풍으로 플로리다주 최대도시 마이애미에선 공사장 크레인 2대가 쓰러지는 일도 발생했다. 폭우로 도시 곳곳이 침수됐고, 그에 따른 교통사고로 주민 3명이 숨졌다. 현재까지 확인된 플로리다주의 사망자는 4명으로, 앞서 카리브해에서 숨진 27명을 포함하면 어마 희생자는 총 31명에 달한다. NYT는 “허리케인에 대비하는 것은 플로리다에 있어 ‘여름의 전통’이지만, 어마는 결코 평범하지 않다. 어마의 ‘격한 분노’를 피할 수 있는 곳은 플로리다 내에는 거의 없다”고 했다. 어마의 직경은 약 640㎞로, 남한 전체를 덮고도 남는 크기다. 미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11일 오전 2시 어마를 ‘최대 시속 약 137㎞(85마일)의 바람을 동반한 1등급’으로 하향조정하면서 “오후에 플로리다주 북부나 조지아주 남부를 지나며 열대성 폭풍으로 약화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그러나 ‘폭풍해일’ 경보가 여전히 발효 중이어서 안심은 이르다. 허리케인이나 태풍 등 기압차로 인해 해안 해수면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일컫는 폭풍해일은 언제 어떤 형태로 밀려올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릭 스콧 플로리다 주지사는 트위터에서 “6인치(15.24㎝)의 작은 물살도 당신을 때려눕힐 수 있으니 안전한 곳(건물) 내부에 머물러 달라”고 당부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도 “탬파 지역 등의 해변에선 실제로 바닷물이 갑자기 줄어들었는데, 향후 10~15피트(3~4.6m)의 수위 상승과 함께 폭풍해일이 발생하면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태풍의 눈이 일시적으로 빨아들였던 바닷물이 향후 한꺼번에 몰려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일부 주민들은 “허리케인은 더 이상 두렵지 않지만, 토네이도는 정말 무섭다”며 계속 공포에 떨고 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를 ‘중대 재난지역’으로 선포, 허리케인 피해복구를 위한 연방정부의 비상 원조를 가능하도록 했다. 그는 비상대책 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마는 난폭한 허리케인이자 괴물”이라고 말했다. 앞서 어마가 할퀴고 지나간 카리브해 지역의 현재 상황과 관련, WP는 현지 주민의 말을 빌려 “사람들이 좀비처럼 길거리를 헤매고 있다. 완전히 ‘워킹데드’(좀비가 등장하는 미국 드라마) 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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