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인사청문회를 마친 뒤 3개월여를 표류해 오다 이날 정세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에 의해 표결에 부쳤지만 293명 재석 의원의 과반에 2표가 모자라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헌재소장 임명동의안 국회 부결은 1987년 헌재 설치 이후 처음이어서, 정치적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국회를 보이콧 하고 장외투쟁에 나섰던 자유한국당이 이날 복귀해 일단 국회가 정상화했지만 임명동의안 부결 후폭풍에 따른 긴장 고조로 정기국회가 제대로 돌아갈지 걱정이다.
무엇보다도 여소야대 국회의 벽을 실감한 문재인 대통령이 곤혹스럽게 됐다. 이날 김 후보자 인준 부결에는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 의원들의 반대표가 결정적이었다. 국민의당은 지역기반인 호남지역 민심의 반발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하겠지만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킨 계기가 됐다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낙마한 고위공직자는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등에 이어 6명째다. 하지만 국회 임명동의안 부결로 인한 헌재소장 후보자 낙마의 파장은 또 다르다. 문 대통령은 잇단 인사 실패에 대한 비판여론과 국회의 견제를 넘어서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원내지도부도 리더십에 타격을 입었고 책임론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국회 본회의 표결에 이르기까지 야당들이 보인 정략적 태도에도 문제가 많았다. 국회는 6월 7, 8일 이틀에 걸쳐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마쳤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다른 공직후보자 인사 문제 및 추경안 처리 등과 연계하는 바람에 임명동의안 처리가 미뤄져 왔다. 결국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라는 비정상적 절차를 통해 표결이 이뤄지게 된 데 대해 호된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또 일부 기독교계에서 김 후보자가 동성애 관련 헌재 결정 과정에서 옹호하는 소수의견을 냈다는 과장된 주장을 하며 각 당 의원들을 압박하고 반대 압박 문자를 보낸 것도 논란 소지가 많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 등을 거치면서 위상이 한층 높아진 헌재의 파행 운영 장기화가 불가피해진 것은 중대한 사태다. 문 대통령은 후임 헌재소장과 결원 재판관 후보자 인선을 서두르고, 야당도 무책임한 공세를 중단해 헌재 정상화를 앞당기길 촉구한다. 헌재가 애초에 정략적 고려의 대상일 수 없다는 인식부터 새롭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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