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철거 인건비 예산 삭감
주민들 “불법 눈감아” 반발
市, 적정시기 행정대집행 방침

전북 군산시가 고군산 연결도로의 연말 개통을 앞두고 추진하려던 섬 불법건축물 철거 작업이 차질을 빚게 됐다. 군산시의회가 관련 핵심 예산을 삭감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시의회가 불법을 눈감아준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11일 군산시에 따르면 시의회는 고군산군도 불법건축물 철거사업을 위해 추경예산으로 편성한 5,900만원 중 철거에 필수적인 인건비와 장비운용비 등 9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철거건축물 처리에 필요한 5,000만원은 모두 반영했지만 핵심 예산이 삭감돼 사실상 철거가 불가능하게 됐다.
시는 경찰서, 소방서, 해양수산청 등 16개 관계기관과 특별팀을 꾸려 선유도를 비롯한 섬에 만연한 불법행위와 건축물을 단속 중이다. 시가 파악한 섬 지역 불법영업행위는 총 397건으로 공공용지 내 불법시설물 183건, 불법건축물 96건, 불법영업 33건(중복 포함) 등이다. 특히 선유도는 식당 42곳 가운데 21곳이 국ㆍ공유지를 점유하거나 불법영업하고, 비포장도로를 오가는 불법 셔틀버스가 운행되기도 했다.
시는 연결도로 개통에 앞서 불법행위를 근절하고 불법건축물 없는 관광지를 만들기 위해 선유도 불법행위에 대해 다음 달 행정대집행을 하기로 했다. 수 차례 철거명령, 강제이행금 및 변상금 부과에도 여전히 배짱 영업하는 음식점 5곳이 우선 철거대상이다. 시는 이를 위해 이번 추경예산을 세웠다.
삭감을 주도한 A의원은 “불법영업 상인도 시민이고 이들이 연말까지 건축물 자진철거를 약속한 만큼 이행시간을 주자는 뜻에서 예산을 모두 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유도상가협의회와 주민들은 시의회를 찾아 “오히려 섬 내 불법을 조장하는 길을 터줬다”며 “시의회가 주민의 대표기관인지 의심스럽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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