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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뒤통수 친 국민의당… 안철수계 막판 세 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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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뒤통수 친 국민의당… 안철수계 막판 세 과시

입력
2017.09.1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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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이유 있으면 확실히 행동”

존재감 부각 나서 반대표 선회

5ㆍ18 사형선고도 호남 의원에 영향

우원식(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뒤 눈을 감으며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우원식(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뒤 눈을 감으며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회의장이 1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부결을 알리자 여야의 반응은 극명히 대비됐다. 보수야당 의원들은 박수를 치며 “됐다. 됐어”라는 함성을 질렀고, 일부는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번쩍 들기도 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과 국무위원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고개를 숙였다. 찬반에 결정타를 날린 국민의당 의원들은 무덤덤하게 상황을 응시했다.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은 통과가 유력했지만 찬성표 2석이 모자라 부결됐다. 국무위원을 포함한 더불어민주당 의원 120명 전원과 정의당 의원 6명, 민주당 출신 서영교 의원, 민중통합당 의원 2명 등에 정세균 국회의장까지 총 130명이 찬성표를 던질 것은 확실했다.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전날까지 국민의당 25명이 찬성할 것으로 파악했던 터라 한 번도 부결을 의심하지 않았다. 재석 293명의 이날 본회의에서 국민의당 17명만 찬성해도 통과라는 결과를 기대했던 여당은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었다.

여당에 충격을 준 국민의당의 이탈은 안철수 대표의 등장이 가장 큰 원인으로 파악된다. 안 대표가 전당대회 승리 이후 “정국을 주도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거듭 주창하면서, 찬반 경계선에서 고민을 이어가던 안철수계가 당 존재감 확보를 위해 막판에 대거 반대 쪽으로 돌아섰다는 얘기다. 당 핵심 관계자는 “안 대표가 정치 전면에 등장하면서, 그 동안 잠잠했던 안철수계 의원들이 ‘반대 이유가 있다면 확실히 행동하자’고 표결 직전 결심한 것이 김 후보자 부결에 결정타가 됐다”며 “이들은 모두 민주당 의원들의 설득에 겉으로는 크게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민주당이 찬성표로 오판을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날 안철수계는 22명이 모인 국민의당 의원총회장에서도 찬반에 대한 확실한 의사 표명 없이 “자질은 충분하지만, 1년짜리 헌재소장 임명은 잘못된 선례를 남길 가능성이 있어 고민해야 한다”는 모호한 발언만 이어가는 등 고심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안철수계 의원 중 일부는 김 후보자가 군판사 시절 5ㆍ18 민주화 운동 관련자들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는 부분을 이유로 들며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도 전해졌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호남 당원들이 김 후보자의 5ㆍ18 사형선고 문제를 문자메시지 등으로 강하게 지적하면서 일부 호남 의원들도 반대표를 던진 것 같다”며 “김 후보자가 전북 고창 출신이고 사형선고와 관련해 사과도 했지만, 전남권에선 여전히 5ㆍ18 관련 문제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게 사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각에서는 여야를 떠나 일부 개신교 의원들도 반대표를 던진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개신교는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가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군대 내 동성간 성행위를 처벌하는 군형법 조항의 합헌 결정 당시 위헌 의견을 낸 것을 이유로 '임명 반대' 입장을 밝히며 여야 의원들에게 문자폭탄 등을 통해 반대 투표를 강하게 압박해왔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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