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자산동결ㆍ원유 전면 금수 최종안서 제외
전체 유류량은 30% 정도 차단 기대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해 미국 주도로 만들어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새 대북제재 최종 결의안이 당초 예정됐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 대한 제재와 전면적인 대북 원유금수 내용을 포함하지 않는 등 크게 완화됐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러시아는 11일 오후 6시(현지시간ㆍ한국시간 12일 오전 7시)로 예정된 안보리 표결을 앞두고 10일 심야까지 김정은의 해외 자산 동결과 북한에 대한 전면적인 원유금수 시행을 최종안에 남겨둘지를 놓고 막판 협상을 진행해 이 같이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안은 중국과 러시아가 끝내 동의할 수 없는 초강경 제재를 포기하는 대신 북한산 섬유 제품 수입을 금지하고 북한에 대한 석유 공급에 상한선을 설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안보리의 새 결의안에 대해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필요한 조치에 찬성한다”라고 밝혔다.
최종안에 담긴 개인ㆍ단체 제재대상 명단에서 김정은과 함께 고려항공이 제외됐다. 사실상 김정은을 ‘전범’으로 낙인찍고 북한을 대표하는 항공사를 제재대상에 올릴 경우 북한에 상징적인 압박이 강력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중ㆍ러의 반대로 제외된 것이다. 최종안은 초안에 담겼던 석유 공급 전면 중단 조치가 빠지는 대신 정유 제품(refined petroleum products)에 대해 연간 200만 배럴, 원유(crude oil)는 과거 12개월 공급량을 상한선으로 설정했다. 아울러 액체탄화수소(condensates), 천연가스액체(natural gas liquids NGL)도 공급이 전면 중단된다.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북한은 연간 최소 50만~최대 100만톤의 원유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정유제품 수입량은 400만 배럴정도로 추정된다. 결의안이 시행되면 북한에 공급되는 정유제품은 기존보다 절반가량, 전체 유류량은 30%정도 차단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이번 제재안의 최대 쟁점이었던 석유 중단을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맞서다 결국 상한선을 설정해 공급량을 제한하는 수준에서 타협을 본 것이다. 미국이 초안에 비해 상당히 물러선 셈이지만, 상한선 도입 자체만으로 향후 전면 금지로 나아가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산 석탄의 경우 지난해 9월 북한의 5차 핵실험 뒤 채택된 결의에선 상한선을 뒀다가 지난달 채택된 결의에서 전면 금지하는 수순을 밟았다. 북한이 추가 도발하면 석유 공급 전면 금지로 나아간다는 의미여서 북한에 대한 경고 메시지가 담긴 셈이다.
외신들은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대북 제재에 동참시키면서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고려해 석유 공급 완전 중단과 ‘최고 존엄’ 김정은 제재 등의 카드를 최종 옵션으로 남겨두는 단계적 접근법을 취한 것으로 풀이했다.
북한이 석탄에 이어 두번째로 많이 수출하는 섬유 제품을 유엔 회원국들이 수입하는 것을 전면 금지한 내용은 비교적 강력한 제재수단으로 평가된다. 지난달 5일 채택된 대북제재 2371호에서 석탄 등 광물 자원을 봉쇄한 데 이어 섬유 제품까지 차단해 북한의 최대 돈줄을 막은 것이다. 코트라의 ‘2016년 북한 대외 무역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석탄 등 광물 자원 수출액은 11억 9,000만달러, 섬유 제품은 7억3,000만 달러로 전체 수출의 68.1%를 차지했다. 초안에 담겼던 북한 해외 노동자 전면 송출 금지 조치도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방향으로 조율됐다. 북한 노동자들을 신규 고용할 경우 안보리 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했으며 기존 노동자들의 경우 각 회원국은 12월 5일까지 노동자수와 계약 종료일을 위원회에 신고해야 한다. 안보리가 북한 해외 노동자를 엄격하게 관리하면서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겠다는 뜻이다. 섬유 수출 차단과 해외 노동자 송출 규제로 약 10억 달러(1조1,320억원) 상당의 대북 유입 차단이 예상된다.
김정은 제재와 함께 초안에서 유례 없는 초강력 조치로 꼽혔던, 무력을 동원한 공해상 선박 검색은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의 협상용 카드였다는 평가다. 초안은 유엔 제재 리스트에 오른 선박을 공해상에서 무력 등 모든 수단을 사용해 검색할 수 있도록 했지만 해상 무력 충돌로 이어질 수 있어 군사적 해법을 강력 반대해온 중국과 러시아의 동의를 얻기는 어려운 조치였다. 최종안은 금지 물품을 운반 중이라는 합당한 근거가 있을 경우 선박이 등록된 국가의 동의 하에 검색하는 내용으로 대폭 완화됐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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