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9회 연속 진출에 성공하고도 고개를 숙이고 돌아온 신태용(48) 축구대표팀 감독이 앞으로 희망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나타냈다.
신 감독은 11일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기념화폐 가입식’에 참석했다. 전경준(44) 수석코치와 김남일(40)-차두리(37) 코치, 공격수 염기훈(34ㆍ수원)도 함께 왔다. 노태강(57)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과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회 관계자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KEB하나은행은 대한축구협회 공식 후원사이기도 하다.
행사 후 취재진과 만난 신 감독은 “이란, 우즈베키스탄과의 2연전이 개인적으로 힘들었다. 무조건 통과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에 제가 보여드리고 싶은 축구를 보여주지 못해 팬들이 실망한 것으로 안다”고 말문을 열었다.
한국은 지난 6일 우즈벡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0-0으로 비겨 천신만고 끝에 본선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만족스럽지 않은 경기력으로 도마에 올랐다. 대표팀을 향한 싸늘한 여론을 의식한 듯 신 감독은 “이제는 신태용 축구를 보여줘야 한다. 실망하시지 않도록 잘 준비해서 희망을 전해주겠다”고 다짐했다.
신태용호는 오는 10월 두 차례 평가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월드컵 준비에 돌입한다. 한국은 10월 7일 개최국 러시아(모스크바), 10월 10일 튀니지(프랑스 칸)와 2연전을 치른다.
이 기간에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1부) 33라운드(10월 8일)도 벌어진다. 원래 A매치 기간 동안 프로축구를 할 수 없지만 8월 말 대표팀 소집 때 프로축구가 조기소집을 허락하면서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이 이처럼 합의를 했다.
클래식 12팀은 33라운드 결과에 따라 상위그룹(1~6위)과 하위그룹(7~12위)로 나눠지기 때문에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대표 선수가 뽑힌 팀과 안 뽑힌 팀 또는 적게 뽑힌 팀과 많이 뽑힌 팀 사이에서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이에 축구협회는 K리거의 대표 발탁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신 감독은 “K리그가 우리를 도운 만큼 우리도 도와야 한다. 지금껏 희생한 K리그를 위해 10월 평가전은 해외파 중심으로 꾸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최근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1부)로 이적한 이승우(19ㆍ베로나)가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 수 있을 지 관심이다.
신 감독은 “이승우가 소속팀 출전 명단에 들어간 걸 알고 있다. 오늘부터 모든 선수들을 체크하면서 유럽 원정을 준비 하겠다”고 말했다. 원론적인 답변이지만 이승우가 성인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뽑을 수 있다는 여지를 뒀다. 신 감독은 이어 “지금 당장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러시아 월드컵 본선이 목표다. 그때를 대비해 새로운 선수를 발굴해야 한다. 동시에 내가 추구하는 축구를 입혀갈 수 있도록 중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추구하는 축구에 대해 그는 “모든 포지션에서 공격적으로 볼을 잡아놔야 한다. 그래야 상대를 두렵게 만들 수 있다”며 “패스 타이밍이나 볼 터치도 공격적으로 운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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